인문학과 농사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자연과학(自然科學, natural science)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주로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지칭한다. 자연과학이 객관적인 자연현상을 다루는 학문인 것에 반해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연구의 영역으로 삼는다.(출처 : 백과사전)
물과 거름, 햇빛의 힘을 받아 땅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사는 인문학인가, 자연과학인가? 오늘 땡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감자를 캐면서 농사의 학문적 본질, 성격에대해 뜬금없는 질문을 해본다. 농사가 자연현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분명 자연과학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예로부터 농부들이 콩을 심을 때 콩을 세 알씩 심어 콩 한 알은 하늘이, 한 알은 땅이,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이 먹도록 했다는 이야기를 상기해보면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에는 하늘의 새, 땅의 벌레 몫까지 생각하는 넉넉함과 함께 자연과 조화롭게 살려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농사는 자연과 인간의 영역에서 인간의 냄새가 더 짙게 풍긴다. 농사를 대하는 농부의 마음에 따라 농사의 성격이 결정된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자연으로 돌아가 땅과 친화적인 작물 키우기를 원한다. 도시에서도 작물을 키우는 도시농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농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처형농장으로 가서 농작물을 대한다. 농작물 파종부터 관리, 수확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정한 농부는 아니지만 농사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보고자하는 성향이 있음은 분명하다.
軍에서 나오면서 생명이 80세 이상 허락된다면 인생 2막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살고, 인생 3막은 온전히 자연속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의 기록 저장고, 블로그의 카테고리에 '농사정보' 와 '농사일지'를 진즉 만들어 놓았는데 진정한 농사 활동을 하고 있지 않기에 아직도 그 카테고리엔 글의 흔적은 없다.
인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온전히 자연, 땅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면서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 인간 삶의 가치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기에 먹거리를 직접 자신이 마련하면서 인문학적 관점의 농사를 대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스콧트와 헬렌 니어링의 삶처럼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땀흘려 수확한 감자는 12상자, 약 50Kg 정도다. 수확을 도와드리고 큰 상자에 감자와 함께 오이, 고추, 깻잎, 상추를 따서 집으로 가져오니 고생하신 형님과 처형께 송구하기만 하다.
은퇴 목사님인 형님은 진정한 농부, 난 아직도 반농부. 오늘 캔 감자외 내가 파종한 고구마와 참깨가 사랑스럽다.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완두콩, 당근, 파프리카, 녹두도 잘 자라고 있어 농심과 자연의 위대한 힘을 느낀 하루!
20240621,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