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아이들
6.25 전쟁 기억 74주년을 맞이하여 용산 CGV에서 다큐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을 보았다.
영화는 북의 전쟁 고아들이 전쟁기간 중인 1952년 부터 동유럽으로 이송되어 교육받으며 적응하다가 전쟁이 끝난 후 다시 북으로 송환되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다큐의 내용이다.
영화에서 가슴을 울린 두 대사. '남편(조정호)은 저(루마니아 여인 미르초유)를 아이처럼 사랑해 주었어요' , '서로가 선(善)하면 국경, 인종을 초월한 대화가 가능해요.' 이 두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사랑과 우정은 이념과 이데오르기보다 앞선다는 사실.
6.25 전쟁으로 남과 북에서 10만 명의 전쟁고아들이 발생했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할 능력조차 없던 시절, 남과 북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쟁고아 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남한의 전쟁고아들이 ‘해외 입양’이라는 방식을 통해 유럽과 미국으로 이주했다면, 북한의 전쟁 고아들은 동유럽 여러 나라에 분산 수용되는 방식이었다. 이름하여 현지 ‘위탁 교육’이었다.
그 결과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낯선 곳에서 5천 명에서 1만 명에 달하는 북한 전쟁 고아들이 7년 동안 생활했다.
낯선 곳에서 동유럽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며 차츰 적응해가던 고아들은 종전 후 김일성의 종파투쟁(전쟁 패배의 책임을 친중, 친소 세력들에게 돌리고 주체사상을 통해 권력을 계속 장악해 나가고자한 내부 싸움)의 희생물이 된다. 북한내 외국인들을 배척하고, 동유럽에 있던 전쟁 고아들마저 후일 김일성 주체사상의 적이 될까 봐 다시 북으로 송환하여 전국에 뿔뿔이 떨어뜨려 놓았다. 1950년대 후반 북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동유럽 친구, 아빠, 엄마(그들을 돌봐준 어른들을 무조건 엄마, 아빠로 불렀다. 불안했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에게 보낸 편지가 2024년에 새롭게 발굴되었다. 추가 발굴된 생존자들의 증언과 편지, 기록 필름으로 복원된 내용들이 북한과 동유럽을 오고가며 소개되고 있다.
동유럽 친구들이 북한으로 돌아간 그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보고싶어해도 북에선 아무런 소식이 없다. 동유럽 생활이 그리워 북한을 탈출, 소련 국경선을 넘다가 늪에 빠져 죽었다는 한 소년의 소식만 전해들었을 뿐이다.
북에서 고아들을 인솔해온 루마니아 학교의 교장 조정호를 사랑하고 결혼까지한 교사 미르초유는 지금도 생사불명인 남편을 기다리고 있다. 80세가 훌쩍 넘은 백발의 미르초유, 아빠의 얼굴조차 모르는 딸은 이제 중년의 여인이 되었다.
숨겨져 있던 북의 전쟁고아들의 삶은 '사랑과 우정은 이념을 초월한다'는 것, '인민을 위한다는 공산주의는 허구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자신을 아이처럼 사랑해 주었다는 북한인 남편 조정호를 지금도 잊지못하고 죽기 전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면 여한이 없겠다는 미르초유의 얼굴이 가슴속에서 떠나지않는 6월 25일의 밤이다.
*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옴
20240625,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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