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감동이 왔을 때 누르는 셔터
내가 사는 곳 '배다리 도서관'엔 가끔 시와 사진, 그림 등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런 날 도서관에 가면 독서보다 작품들 감상에 몰두하곤 한다.
한시적으로 전시되는 작품들도 좋지만 도서관이 생긴이래 변함없이 벽면에 걸려있는 몇 점의 사진들은 매번 눈길을 끈다. 에티오피아와 마다카스카르 섬의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가는 길'이란 작품은 커피농장으로 노동하러 가는 친구들의 모습이다. 두 청년이 뛰어가고 있고, 앞서 먼저 간 친구가 뒤를 돌아보며 뛰어오는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더 앞선 친구는 우산을 받쳐들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비가오는 날, 농장에 일하러 가는 친구들이 시간에 늦지않도록 뛰어가는 모습, 기다려 주는 친구들의 우정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길은 가파르고 먼길처럼 보이지만 친구들과 동행하는 길이 외롭게 보이지 않는다. 비가 오고, 힘든 삶일지라도 친구와 함께하는 길이라면 행복한 길임을 보여준다.
한곳을 응시하는 눈빛이 강렬한 '마다카스카르 여인'의 모습. 영혼마저 맑아보인다. 내면에 순수, 열정이 스며있는 듯한 표정이 묘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마다가스카르 뱃사공'은
한 사공이 두 나룻배를 묶어 한 막대기로 젓고 있는 모습이다.
물살을 응시하는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깎은 머리, 맨발, 소매 없는 옷, 그을린 피부. 빈 배엔 반쪽 길이의 노(櫓)와 물이 담긴 페트병 하나, 손님이 타면 줄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다. 어쩜 부인과 함께 탔을 때 부인의 목마름을 달래주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강인한 모습의 사공은 세상살이에 달관하고, 외로움도 없어보인다. 검소하다 못해 장엄한 모습이다. 얼마나 오랜 세월 강과 마주했을까? 홍수가 나고 폭풍이 불고, 강가의 갈대가 수십 차례 꺾어지고 쓰러졌을 때도 오르고 내렸을 긴 시간의 강. 도끼와 정글칼 하나로 속을 파고 깎아 만든 통나무 배와 함께한 그 흘러간 세월이 서럽게 보이지 않음은 가벼운 작은 막대로 이어진 두 배, 하나가 아닌 두 배가 동행한 때문일까. 저어며 살아가는 우리도 혼자가 아님을..
문명의 이기가 부족하여 삶이 질박할지라도 자연과 함께 순수함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일지라도 자연에서 생명을 찾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스스로 갖는 여유속에 머무르는 삶이 아름답다. 그러한 삶을 동경하고 추구하는 것이 우리 삶의 본질임을.
사진 작가들은 감동이 오기 전엔 셔터를 누르지 않는가 보다.
20240706,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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