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세상 통속과의 대화
장마가 끝나고 무더운 여름이 오면 대나무 숲속 바람의 소리를 듣고 푸른 동해 물결이 보고 싶어진다. 창해 정란 선생이 한평생 산행의 도반 청풍과 이별여행 중 청풍이 숨진 청려동(靑驢洞, 청노새 동네)과 관동 8경 중 으뜸인 죽서루가 있는 삼척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휴가철이 다가왔는가보다.
혜원의 대표적 작품 30풍속화 전부를 모사(模寫)로 연습해보았다. 각 그림 일부를 그린 것이지만 화가 혜원의 심미안을 통해 인간의 삶과 당대 세상을 엿볼 수 있은 것 같아 좋았다.
모사 그림에 대해 잘 그렸다, 못그렸다는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다만, 시각의 편중, 집중의 결여,
붓터치의 가벼움, 색칠의 융통성 등으로 혜원의 그림을 망가뜨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혜원과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이 이런 모사를 했다면 헤원의 그림 중 하나인 '유곽쟁웅'처럼 술을 마시고, 옷을 벗고 서로 싸우는 진풍경이 벌어졌을 것 같다.
세상 풍경을 통해 인간 삶을 녹여 낸 인문학의 가치, 그림 한폭 한폭에 스며있는 화가의 명예, 그 그림들을 보고 웃고 우는 후세의 사람들. 그래서 글과 그림은 영원히 살아 숨쉬는 인간의 율동, 단 한번의 여행에서 표현되는 사유의 흔적들이다.
글을 읽는 이유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Free from desire)를 얻기 위해, 글을 쓰는 이유는 실존의 창조,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것은 세상 통속(通俗)과의 대화를 위해서.
다음은 단원 김홍도의 세계를 접해볼까? 혜원과 동시대의 화가로서 혜원보다 13년 일찍 태어나 조금 더 생을 살다간 김홍도는 정조의 후원을 받으며 풍속화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많은 그림을 그린 화가로 알려져있다. 특히 일반 백성들의 삶을 짙게 그려낸 김홍도의 뛰어난 그림은 값을 높게 평가 받았지만 셈과 축재엔 관심없이 오로지 작품과 정원 꾸미기에만 관심이 깊었다는 김홍도. 그러했기에 말년의 그의 삶은 궁핍했고 병마와도 싸웠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림만을 추구했기에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천재화가 이중섭이 오버랩된다. 단원의 그림 그리기를 연습해보면 파란만장한 그의 삶과 쇠락해간 조선의 역사도 만날지 모를 일이다.
220240704, Song 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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