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그림연습 소감 2
하루에 한 점씩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연습해보는데 어떤 날은 거의 동일한 소요 시간에 2점씩 그려지기도 한다. 신윤복의 그림에 비해 대체적으로 한 그림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단원의 그림엔 서민들의 인간미와 서정성이 짙게 묻어있다. 처음 8점을 그려 보았을 때 느낀 소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려야 할 사람들이 많음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고 붓펜 가는대로 어색함 없이 그려지는 것은 소탈, 소박함이 내재되어 있는 단원 그림 특유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만약 화폭에 격식, 엄숙, 비장감이 스며있다면 마음이 움츠려들고, 손도 경직되어 선을 속도감있게 긋지 못할 것이다.
11점을 더 연습하여 총 19점. 빨래터, 서당, 무동, 우물가, 벼타작, 논갈이, 길쌈, 행상, 자리짜기, 고누놀이, 씨름, 활쏘기, 주막, 대장간, 마상청앵, 고기잡이, 세마도, 매, 경작 등이다. 특히 마상청앵(말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보물 제 1970호)을 그릴 땐 나 또한 봄날 나무가지에 앉아있는 꾀꼬리 목소리 같은 단원의 소탈한 음성을 듣는 마상의 선비가 되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려보면서 자연스럽게 느껴보는 감흥과 상상이다.
A4지 위에 단순한 도구로 그려보는 보잘 것 없는 그림이지만 풍속화외 다양한 장르의 단원 그림을 그리다보면 조선의 문예부흥기인 영정조 시대를 지나 정조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김홍도 말년의 삶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어렵게 찾아온 부흥기가 저물고 세도정치기에 접어들면서 쇠락의 길로 들어선 조선의 모습이 김홍도의 외로운 노후 삶, 그의 그림에 나타날지 모를일이다. 천재화가의 삶은 개인의 삶,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에..
20240721,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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