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蟹)'그림 두 점
단원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은 '단원기'에서 "(김홍도는) 못 그리는 것이 없다. 인물, 산수, 신선, 부처, 꽃과 과일, 동물과 벌레, 물고기와 게 등이 모두 묘한 경지에 이르러, 옛사람과 비교해도 거의 대항할 만한 자가 없다"라고 했다. 여기서 언급된 게(蟹) 그림은 어떤 모습인지..
단원의 작품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엔 게 두 마리가 갈대를 두고 싸우고 있는 모습이 있는데, 그림 옆에 '바다 용왕이 계신 곳에서도 옆으로 걷는다(海龍王處也橫行)'라고 써있다. 단원은 이 그림을 받는 사람에게 '권력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말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장승업의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란 작품에도 게 그림(세 마리 중 한 마리는 색깔이 다르다. 크기로 보아 등껍질이 여물지않은 새끼 게인가?)이 있는데 같은 소재의 그림인데도 분위기와 주는 느낌이 다르다. 장승업은 먹의 농도를 짙게하고, 갈대와 주변 식물에 채색까지 하면서 게를 세밀하게 그렸는데, 단원은 먹의 농도만으로 붓 가는대로 갈대와 게를 간결하게 표현했다. 주변의 배경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두 게가 싸우는 모습을 채색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그의 자연스런 인간미와 소신이 느껴진다.
진품을 보면 더 그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따라 그리면서 비교, 상상해보는 재미는 있는데 모사(模寫)그림은 엉망이 되었다. 나만의 연습 그림이라 누가 뭐라고 하진 않겠지만 화가에겐 송구한 마음이다.
20240724,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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