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그림연습 소감 3
김홍도 그림 19점 연습에 이어 추가 16점을 그려보았다. 풍속화 6점(점심, 담배썰기, 편자박기, 그림감상, 송석원시사야연도, 안릉신영), 산수풍경화 6점(화조도, 선유도, 주상관매도, 설중방우, 매작도, 경포대), 인물화 4점(김홍도, 미인화장, 비구니, 염불서승도)이다.
어떤 유형의 그림이든 단원의 그림은 사실성이 뛰어나다. 세밀한 묘사로 실제 대상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풍속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표정이 전부 다른 것을 볼 때 같은 장소, 같은 사건의 현장이더라도 그림속 인물들의 감정 차이를 세밀히 읽고자하는 단원의 깊은 감수성을 엿보게된다. 예를 들어, 앞서 그려 본 '무동'을 보면 춤추는 아이(입은 옷은 내가 임의로 붉은색으로 색칠)
와 악사 여섯 명 모두 다른 표정인데 각자의 표정을 통해 등장 인물들이 누구를 위해 춤추거나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에게만 심취해 있음을 알게된다. 특히 무동의 춤사위엔 그림 그리는 나의 어깨도 들썩일 정도의 감흥이 생긴다. '우물가'에선 남자가 윗옷을 거의 풀어헤친 채 물 한 바가지를 거칠게 마시는데 물바가지를 건네준 아낙은 시선을 돌린 채 미소 띤 얼굴로 바가지 끈을 다소곳이 잡고 있고, 물을 긷고 돌아가는 중년 여성은 이 광경이 못마땅한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힘있고 간결한 필선으로 인물의 움직임과 표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미묘한 심리까지도 녹여내고 있는 그림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추가 그림 풍속화 중 '담배 썰기'에선 윗옷을 벗고 담배잎을 정리하면서 작두로 힘주어 잎을 써는 남성의 모습에서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그 남성미와 역동성을 느낀다. '편자박기'에선 단원은 표현하지 않았지만 난 발라당 누워 있는 말이 힘들어보여 입에서 흘러내린 약간의 토사물 흔적을 단원의 허락없이 넣어보았다. 연습 그림이기에 단원도 나의 감정이입을 허용할 것이다. '그림 감상'에선 그림 내용물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감상하는 애호가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농사 후 모두 모여 '점심'을 드는 모습에선 신성한 노동의 가치, 함께하는 공동체에서만 얻을 수 있는 평온과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된다.
'설중방우', '매작도', '선유도', '경포대' 등 산수화에선 노년의 단원이 친구와 자연을 찾아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3주 전에 다녀온 강릉 경포대가 떠올라 단원이 수묵으로 그린 그림을 난 그냥 연필로 스케치 해보았다. 아스팔트 도로, 건물 등으로 호수를 둘러싼 지금의 경포대 모습은 어느듯 나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없다.
인물화 '김홍도', '염불서승도', '비구니', '미인화장'에서 내가 그려본 김홍도 그림은 다른 모습이다. 자화상이 아닌 다른 화가가 단원을 그린 듯하여 나의 상상을 첨가해 보았다. 사물을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그린 단원의 눈은 아마 무척 크고 밝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에 포커스를 맞추어 그리다보니 영 다른 모습이 되었다. 단원이 직접 그린 자화상이 아닌 것임을 믿고 모사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작은 종과 염주를 쥐고 걷고 있는 '비구니'의 모습은 어두운 길에서 안전을 염원하는 것 같고, '미인화장'에선 미인의 표정보단 거울의 형태와 색깔에 시선이 더 간다. 나무로 테를 두른 거울의 색깔이 거의 붉은 색인데 단원이 좀체 사용하지 않은 왕을 상징하는 색깔인 붉은 색을 색칠 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단원의 그림 총 35점을 그려보면서 가져보는 나의 임의의 감흥과 상상이다. 좀더 그려보면서 색다른 단원의 그림세계를 만나볼 생각이다.
20240801,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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