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제주도가 고향인 어느 시인은 "제주 사람이 아니고는 진정 제주 바다를 알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제주 바다엔 우리가 알 수 없는 제주 섬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모습, 역사와 설화적인 존재가 있는 모양이다.
제주 바다를 느끼기위해 하멜 일행이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중 난파하여 상륙한 지점인 용머리해안에 왔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산방산 아래엔 하멜 기념비도 있다. 바다로 나가보면 제주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주 바다를 알 수 있을까? 마침 화순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있어서 바다로 나가본다.
한 시간 선상유람에서 보고 느낀 점. 멀리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가 보이는 이곳은 대양으로 나가는 출구, 수많은 해식 동굴과 주상절리로 이곳이 화산섬임을 말해주는 곳, 깊은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절경의 용암 섬들이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곳, 가끔 돌고래들이 찾아와 유람객들과 놀아주는 곳, 신화를 믿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곳..
바다로 나가 짠 바다내음을 맡으며 절경을 보아도 제주 바다를 알 수가 없네. 불꽃처럼 솟아올라 육지를 탄생시킨 깊은 바닷속 속살을 감지하고 신화를 만날 수가 없네. 시인의 말이 틀림없네.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여신, 설문대할망이나 한평생 제주 바다에서 물질한 노(老)해녀 만이 제주 바다를 알 것 같다.
유람 후 귀항하면서의 모습. 형제섬 촛대바위에서 낚시하던 사람들이 구조를 요청한 모양이다. 구조 배가 달려와 한명 한명 무사히 태워 높은 파도를 뚫고 나온다. 유람선 선장이 방송한다. "저렇게 위험한 곳에서 낚시하면 목숨을 잃는다. 이런 사고들이 자주 발생하는 제주 바다"라고. 무사히 구조되어 다행이지만 저분들도 제주바다를 몰라 위험에 처했다. 18세기 장한철(張漢喆)이 지은 '표해록(漂海錄)'엔 사람들이 한라산을 보고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때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선마고(詵麻姑)다. 마고에 빌었다는 의미로 설문대할망이 한자로 선마고로 표기된다.
진정 제주바다를 알고 있는 인물은 제주도를 만든 신화의 인물, 설문대할망 뿐인것 같다. 비경의 제주 바다를 구경시켜준 제주할망에게 감사!
20240814,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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