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
나의 고향은 마산(馬山)이다. 바다를 앞에 둔 해안지역이 왜 '말의 산'이란 지명으로 명명 되었는지 난 잘 알지못한다. 고려 때 여몽연합군이 일본을 정벌하기위해 집결한 지역이 당시의 합포, 지금의 마산인데 몽골군이 말과 함께 주둔하였기에 그 영향을 받지않았나 추측해본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마산 '몽고간장'도 여몽연합군이 식수를 위해 판 우물('몽고정'으로 불리운다)의 물로 제조되었다. 지금도 몽고정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우물이다. 고교 때 학교로 걸어 다니면서 3.15 의거탑 바로 옆에 있는 몽고정에서 우물안을 들여다 보곤 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선 말을 많이 보았다. 제주마는 한반도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토종말이다. 아마 고려 때 원(元)의 몽고마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제주 초원에서 방목되는 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여 윤두서와 김홍도의 말 그림을 찾아보았다.
아주 세밀한 수염, 불온한 기운이 꿈틀거리는 초상화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1668~1715)는 말 그림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가였다고 한다. 김홍도보다 77년 앞서 태어난 그는 해남 녹우당 그의 생가 마구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말을 뚫어지게 관찰하면서 말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군마도', '유하백마도' 등 사실주의적 필치로 그의 초상화에 버금가는 여러 말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 중 '마상인물도'를 그려보았는데 풍채좋은 관리가 준마를 타고 나무 아래 비탈길을 위풍당당하게 내려오는 모습이다. 오른손으로 고삐를 잡고, 왼손은 허리춤을 잡고 있는 모습에서 거만한 느낌마저 든다. 말도 주인 닮아 살이 찌고 튼튼한 준마의 모습이다.
단원 김홍도의 말 그림과 아주 대비된다. 단원의 그림에선 한 필이 아닌 여러 말이 함께 그려진 것이 대부분이다. 모든 말들은 노새처럼 왜소하다. 평민들이 타고 다니는 말이라서 그런가 보다. 그의 작품 '장터길'을 그려보았는데 각이 지거나 선명하지 않게 그냥 붓칠하듯이 말 모습을 그렸다. 사실적인 모습이지만 윤두서의 필치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선을 부드럽게 슥슥 그렸는데 유연함속에서 강하면서도 꽉찬 느낌을 준다. '부드러움이 더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단원의 삶이 그러했다.
20240817, Song s y
*윤두서의 초상화는 인터넷에서 가져옴
말타기를 무척 좋아해서 앞으로 애마부인으로 불러야할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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