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비교되는 얼굴

도보사랑 2024. 8. 28. 15:22

비교되는 얼굴

단원 김홍도의 그림 중 개(犬)를 그려보라는 선배님 말씀이 생각나서 비교되는 개 그림 두 점(모구양자도, 투견도)을 그려보았다. 동물화는 얼굴과 근육, 털 등에서 세밀한 붓터치가 필요한데 집중도가 약해서 그런지, 비교를 너무 의식해서 인지 덧칠이 더해져 조금 이상한 그림이 되었다. '하수는 더하고 고수는 덜어낸다'는 말이 다가온다.

'투견도'는 원래 이름이 '맹견도'인데 사실 작자 미상의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일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10년대에 서울 북촌 어느 고가(古家)에서 고희동 선생이 최초 발견 후 안중식, 조석진 세 분이 감식(鑑識)할 때 이만한 작품은 단원이나 그릴 수 있는 것이라 해서 단원의 위인(僞印)을 찍어 화상(畵商)에 넘긴 돈으로 여러 날 호음했다는 사실을 후에 고희동 선생이 술회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투견의 목에 굵은 쇠사슬이 걸려있는 것만 보아도 단원의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그림 감정 전문가 3분의 감정 권위를 존중하여 단원 그림으로 잠정 인정(?)하고 쇠사슬을 없앤 모습을 그려보는데 얼굴 표정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투견의 모습에서 멀어졌다. 이것 또한 연습이니..

모구양자도(母狗養子圖)는 단원의 그림이 확실하다. 비슷한 화풍의 개(犬) 그림들을 단원의 늦둥이 아들 김양기도 그렸다고 한다. 귀여운 새끼 두 마리를 바라보는 어미의 인자한 얼굴 모습. 새끼들은 어미의 보살핌과 사랑을 의식해서 인지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다. 백구는 장난치는 점박이에게 무섭지 않은 이빨을 드러내 보인다. 봄날의 따뜻한 햇살과 무덤덤하지만 어미의 사랑 넘친 얼굴 표정이 돋보이는 작품. 인간의 얼굴도 이런 사랑이 넘치는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

어제부터 사회적 위기를 가져오는 유령의 얼굴, 합성 형체인 딥페이크 관련 보도가 쏟아져 착잡하다.

- 딥페이크(Deepfake) -

가짜는 AI의 저주
허락없는 무차별 카피
절제없는 욕망의 화신

도용 당한 인간의 창백한 얼굴에 겹쳐지는 얼굴
錢과 욕망을 쫒아 타오르는 야수의 얼굴

얼굴은 부모 靈肉의 유산
죽음의 순간 가족의 따뜻한 손길이 스치는 곳
AI가 뭐길래 이 숭고한 DNA를 파괴하나

발가벗겨지는 저주의 세계 누가 책임지나
인간이 제조한 法網엔 걸릴 수 있나
법망이 무용지물이면 天網이라도 작동하나

신성함을 모독한 AI
하늘의 선물이 아니었네
신이 존재한다면
천벌을 내리거라
가짜를 벌하거라

20240828,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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