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환아.
창문을 여니 찬 바람이 확 들어온다. 무더웠던 여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불쑥 가을이 다가왔다. 늘 우리곁에 머물면서 때가 되면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이 올핸 익숙하지 못한 모습으로 찾아온 것 같은 느낌. 어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는 고향은 더 그러한 기운이 감돌 것 같다.
마음의 각오는 해 왔겠지만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평생 짝을 떠나보낸 그 황망함과 아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무사히 발인까지 마치고 친구들에게 담담한 마음을 전해준 것, 고맙기도 하지만 외로움이 더 묻어나오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 여기 일땜에 빈소에 직접 가서 조문하지 못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 송경호에게도 연락이 왔었다. 힘든 차표를 구해 빈소를 찾아 준 경호에게 고마움을 대신 전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세상 살면서 어쩜 가족친지보다 더 귀한 존재가 친구들인 것 같다.
추석 전에 고향 부모님 산소를 찾았는데 갈 때마다 불효했던 마음은 변함없다. 어떠한 상황이 와도 내 생을 잘 사는 것이 못다한 효도임을 알게된다. 차가워진 빈둥지에 마음을 잘 추스려 다시 따뜻한 온기를 넣어주기 바란다. 이번 지리산 삼구회 가을 정모에서 술한잔 나누면서 서로 남은 생 잘 살기 다짐을 했음 좋겠다.
(붙임)
고향
합포만 마창대교, 부모님 산소, 모교, 몽고정/3.15의거탑, 의령 이병철 생가, 의령읍내, 지리산 대진고속도로..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
https://www.instagram.com/reel/DAG44tzB00L/?igsh=Ym02djRlaWExdGJ3
(친구 답장)
수용아!
보내준 전문 잘 받았다
오늘이 삼우날인데 비가 억수로 쏟아져 오늘 산소에 못가고 26일 집사람 54번째 생일에 가기로 했다
아직은 옆에 없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문열고 들어가면 반가이 맞아줄 것 같은 기분이네
그래도 어쨋든 이젠 잊어야지
다른 일을 열심히 해서 잊어보려 한다
지리산가서 소주 한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