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훈사외 2점
오늘은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TV에선 위풍당당한 국군의 모습이 방영된다. 국군이 양양 38선을 돌파하고 북진했던 그날을 생각하니 전쟁은 아니지만 북쪽 땅을 자유롭게 거닐었던 단원이 갑자기 부러워진다. 단원이 금강산에서 비경을 찾기 위해 어떤 행로를 택했는지 정확하게 알수 없기에 금강사군첩에 수록된 순서대로 따라 가보기로 한다. 내가 금강산을 가 보았음 나름 합리적인 그의 행로를 따라 갈 수 있었을 턴데.. 살아 생전 금강산을 밟을 수 있을까? 정주영 회장의 방북 소(牛)를 계기로 북이 현대의 투자를 받아들였을 때 일시 개방된 금강산을 가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물론 북 안내원이 보여주는 그들만의 금강산이었겠지만.
금강사군첩 순서엔 장안사를 화폭에 담은 단원은 표훈사를 향해 나아간다. 표훈사에 이르기 전 '백화암부도'를 먼저 만났다. '백화암부도(白華庵浮圖)'가 있는 백화암은 삼불암 북쪽에 있던 표훈사의 암자이다. 고구려 때 이곳에 도산사라는 절이 있었고 뒤에 백화대사라는 중이 암자를 지었다는 설이 전해 내려온다. 또 이곳엔 서산대사비(碑)가 있다고 한다. 전국 명찰을 두루 다닌 서산대사가 이 암자에도 머물렀던 것 같다. '백화암부도' 그림엔 낮은 축대위에 항아리와 돌부처, 비석 모양의 부도들이 여러 개 있다. 거북 등을 받침으로 세워진 비가 서산대사비(碑)가 아닐까? 그 비가 맞다면 임진란 당시 호국 승군을 일으킨 서산대사의 공적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부도 주위엔 잎이 떨어진 활엽수와 아직 푸름을 유지하고 있는 소나무들이 서 있고 우측 숲속엔 암자의 지붕이 보인다. 부도 위주로 그렸기에 암자는 작은 모습이다.
'표훈사(表訓寺)'는 내금강 표훈동 골짜기 안에 있다. 670년대에 승려 표훈(7세기 중엽~8세기 초엽)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구려가 멸망한 시기였던 것으로 보아 승려 표훈은 신라 사람이라 생각된다. 20여 채의 건물로 이루어진 표훈사에는 여러 유물들이 많았는데 그 중 53불(佛)을 새긴 쇠탑과 한꺼번에 40여 말의 밥을 지을 수 있는 500근짜리 놋솥이 유명하였는데 광복 전에 일제가 약탈해갔다고 한다. 그림속 표훈사는 장안사에 버금가는 웅장한 모습이다. 뭇 사찰들의 입지가 그러하듯이 뒤론 절경의 산들, 앞으론 바위와 돌 사이로 계곡물이 흐른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높은 봉우리들, 푸른 송림과 나무다리가 경관을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게한다.
'진주담(眞珠潭)'은 만폭동에 있는 높이 13m의 진주폭포 아래 있는 소(沼)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소로 이름나 있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분설담을 거쳐 진주담에 모이는데 층층으로 이루어진 바위벽에 부딪친 폭포수가 모여 진주알처럼 반짝인다고하여 진주담(眞珠潭)으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그림속 진주담은 온통 기암바위로 둘러싸여 있고 물은 2~3단 층의 바닥 바위 위로 흘러 소로 모이고 있다. 제법 공간이 있는 너럭 바위가 있고, 작은 암자 모양의 바위도 보이는 이곳에서 하루종일 음풍농월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물상같은 기암들과 수많은 폭포와 담(潭)이 금강산의 비경을 만든다. 신선이 놀고 가고, 중국의 문인들도 한번은 오고 싶어했다는 금강산. 단원은 정조가 보고 싶어했던 금강산을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가는 곳 마다 자유로운 영혼과 꼼꼼한 필선으로 화폭을 채워나갔을 것이다. 깊은 감흥이 일어났을 땐 화폭의 여백에 짧은 詩라도 넣을만 했을텐데 그림엔 낙관과 漢字의 그림 제목만 덜렁 있다. 위치도 일정하지 않고 넣기 좋은 여백에 어떤 것은 낙관과 제목이 붙어있지 않고 떨어져 있는 것도 있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꾸밈없는 단원의 성격을 보는 듯 하다.
단원의 길을 따라 그려본 한 개의 사찰과 부도, 담으로 어찌 이러한 단원의 내면을 훔쳐 보았다고 할 수 있으랴? 오늘 같은 날, 단원의 자유로운 영혼이 전쟁의 참화를 딛고 세계 제 6위의 군사력을 갖춘 우리 국군의 위용을 감격적인 모습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오늘을 있게한 호국영령들을 위로해주면 더욱 좋겠다.
20241001,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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