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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최악이 아니다

아직은 최악이 아니다 지금이 최악이라고 말할 힘이 있다면 아직은 최악이 아니다. -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금이 최악이야, 라고 말함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아주 작은 소망이 내포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최악에 있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아직 내게는 작은 힘이 남아있을 거라는 확인, 혹은 어떤 위안이라도 받고 싶은 심리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내미는 손은 최악을 벗어나게 하는 도움이자 상대의 용기를 끄집어내는 도움입니다.

게시판 2023.03.21

밥 젖이 마른 퓨마가 TV에서 정글로 먹을거리를 찾아 나선다 두어 시간 숨죽여 기다렸다가 과나코 숨통을 향해 달려들지만 한 수 배운 뒷발에 밟혀 허탕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굶주린 새끼들마저 제 그림자를 숨기고 달려들지만 발 빠른 밥한테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만다 며칠을 주위의 반짝이는 눈빛을 제치고 숨죽인 호흡으로 기다리다 한순간 과나코의 숨통을 물었다 이레 만에 제 몸보다 큰 밥을 번 것이다 정글의 맹수처럼 다른 이의 목숨을 밥으로 먹고 살아가는 우리들 객지로 밥 벌러 나간 친구 남편은 삼 년 만에 다른 여자의 밥이 됐다고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밥은 잘못 다루면 오히려 밥이 되기도 한다 - 유계자, 시 ‘밥’ 오늘도 밥을 벌러 나갑니다. 그 밥은, 나는 물론 내 가족의 밥. 그러나 밥은 호락호락 내 품으로..

게시판 2023.03.08

주름에 대하여

주름에 대하여 그 주름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얼굴에 잘 어울렸다. 그녀가 웃으면 주름도 함께 웃고 그녀가 언짢은 얼굴을 하면 주름도 함께 언짢은 얼굴을 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 중에서 주름은 표정입니다. 또한 주름은 그 사람의 이력입니다. 곱게 자리 잡은 주름은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원래 있던 주름은 물론, 늙어감에 따른 주름에 너무 예민할 필요가 없는 까닭입니다.

게시판 2023.03.02

남의 결점, 나의 결점

남의 결점, 나의 결점 타인의 결점은 우리의 눈앞에 있고 자신의 결점은 우리의 등 뒤에 있다. - 세네카 남의 결점은 금세 보입니다. 그리하여 방금 본 그것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나의 결점은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이미 밝혀져서 추후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남의 결점을 탓하기 전에 미처 알지 못한 나의 결점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게시판 2023.02.20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변산 지방에서 처음 발견된 꽃으로 습한 지역과 반그늘 또는 양지쪽에서 자란다. 키는 5~8㎝가량이고, 꽃자루는 1㎝이며 흰색으로, 꽃자루 안에는 가운데 암술과 연녹색을 띤 노란색 꽃이 있다. 이른 봄 남해안과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피기 시작하며 복수초와 함께 대표적인 봄을 알리는 꽃이다. ​ 변산바람꽃 아직은 바람끝이 매운 봄의 들머리​ 변산바람꽃은 응달진 산자락 잔설 딛고 피어 꽃 한 송이로 봄을 알린다​ 봄이 왔다고 변산바람꽃 맑은 향기로 가만가만 숲을 깨운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게시판 2023.02.15

웃음과 울음

웃음과 울음 울지 말라고 때리지 마라 너는 웃으라고 때리면 웃어지더냐 너도 언젠가 울고 싶던 순간에 누군가의 등불 같던 웃음으로 구원되지 않았던가 네가 아픔을 느끼는 것은 공감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감하더라도 외면해야 하는 비극에서 온다. 웃음은 고립을 헤쳐 나온 경험을 필요로 한다 혼자 웃으면 외롭고 같이 웃으면 행복한 이유가 있겠지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으려면 자기를 먼저 안아줄 수 있어야 하는 건 울음과 웃음이 훗날 서로 힘겹게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 홍시율, 시 '웃음과 울음' 울음과 웃음이 훗날 힘겹게 만나는 건 감정의 공유 때문일 테지요. 그리하여 나를 넘어 너를 안아줄 수 있는 것. 혼자 웃으면 외롭고 같이 웃으면 행복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시판 202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