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 문화의 변화는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투자가치를 환산하기 보다는 거주목적에 대한 갈증이다. 개성이 강해지고 틀에 박힌 아파트 문화에 싫증을 내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는 단독주택을 재조명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관리와 투자가치가 힘들다는 이유로 멀리 내다봤던 단독주택이 이제 거주문화에 '역습'을 예고하고 있다.
분당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수현(38)씨의 집은 경기도다. 현재 분가를 해서 2명의 자녀와 함께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정씨는 이곳보다 부모님이 거주하는 성남의 집을 더 자주 찾기 때문이다. 부인과 아이들도 싫지 않다고 말한 터라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퇴근후에 가족들이 이곳에 모인다. 부인 역시 최근에 직장을 그만둬 이제는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다.
정씨가 부모님 집에 살고 있는 이유는 '집' 때문이다. 정씨의 부모는 최근 은퇴 후 단독주택을 짓고 이곳으로 이주했다. 대지 330㎡(100여평)에 건물은 198㎡(60여평)로 1층으로 지어졌다. 공간감을 최대한 높여 방을 5개로 만들었다. 천정을 크게 높여 거실과 주방은 웬만한 방을 2개 이상 만들 정도다.
작은 정원과 텃밭까지 만들었다. 처음 이 집을 지었을 때 정씨 부모보다 오히려 정씨가 더 좋아했다. 서울에서 자랐고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단독주택에 대한 갈증이 높았다. 정씨는 "아침에 이곳에서 일어나면 공기부터가 다른 것을 느낀다"며 "시댁이라고 해서 가기 싫었던 부인이 오히려 이곳을 더 좋아 매일 찾을 정도다"고 말했다.
전원주택 등 은퇴자의 대표적인 거주문화인 '단독주택'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 정씨처럼 틀에 박힌 아파트 문화에서 이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최근 몇 년전부터 인기가 높은 '땅콩주택'이 좋은 예다. 그동안 단독주택은 건축비는 물론 관리, 에너지 사용료가 아파트에 비해 크게 높아 인기가 낮았다.
특히 대지 등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지면서 '땅콩주택'과 같은 한 필지 2주택이란 대안이 나왔지만 크게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단독주택의 인기가 높은 것은 자신만의 공간감은 관리비, 에너지 사용료가 아파트 거주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정씨의 단독주택은 전기료가 한달에 10만원 수준이다. 난방비도 지난 겨울에 10만원 정도로 납부했다. 기존 아파트에 비해 크게 차아기 나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채광창 등을 이용해 빛을 거실 안까지 끌어들여 조명과 난방효과를 높였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용지 인기… 경쟁률 100대1 넘기도
단독주택용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공공택지지구에서 공급을 하고 있다. 이 용지는 일반 단독주택만 건축이 가능한 주거전용 단독주택 용지와 1층에 상가 등을 지을 수 있는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로 나뉜다. LH에 따르면 올해 3월에는 경남 양산물금1지구 단독주택 용지 128필지가 전량 팔려 화제가 됐었다. 양산 물금1지구의 공급가는 1억~4억원대다. 경쟁률은 무려 142대1로 1만8000여명이 응찰했다.
지난해 팔려나간 단독주택 용지는 126만9000㎡나 된다. 1월에는 9만4000㎡ 수준이었지만 12월에는 27만2000㎡나 팔려나가 계속 증가 추세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단독주택 인기에 불을 지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5월 제1, 2종 일반주거지역의 주거전용 단독주택 층수를 기존 2층에서 3층으로 높였다. 또 점포겸용은 3층에서 4층으로 완화했다.
또 1가구(주거전용) 또는 3~5가구(점포겸용)으로 정해졌던 가구수 제한도 풀었다. 이 때문에 투자가치의 인기도 높아지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LH측은 "지방의 경우 토지매입 비용에 저렴하고 대금도 2년 동안 부날 납부할 수 있도록 조건이 좋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초기 계약금도 500만원으로 낮추면서 이제는 전문 업체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LH는 이달부터 올해 19개지구에서 단독주택 용지 1795필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주요 택지지구로는 광명역세권(42필지)·의정부 민락(124필지)·위례신도시(196필지) 등이다.
한옥·조립식 주택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면 뚝딱
단독주택은 높은 건축비 때문에 일반인들이 꺼려왔다. 단독주택 용지는 수도권 기준으로 3.3㎡당 700만원이며 지방에는 지방에선 3.3㎡당 200만원 전후다. 건축비는 아직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차츰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3억~5억원(3.3㎡당 300만원대) 수준이며 수도권에선 9억~10억원, 지방에선 6억~7억원 전후에서 점포겸용 단독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점포겸용이나 분양 등 투자목적이라면 가치가 높은 편이다. 다만 거주목적이라면 이른바 중산층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는 조립식 등 건축비용이 저렴한 주택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모듈러(modular·박스형태의 주택 철골 구조) 공법으로 만들어진 집이다. SK D & D가 지난해 선보여 화제가 됐었다. 이런 조립식 단도주택은 시공업체나 집 유형별로 차이를 보이지만 3.3㎡당 300만~400만원대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한옥의 경우 500만~600만원 대다. 일반 주택 시공비가 800만대, 한옥은 1200만원대라는 점을 비교해보면 잘반 가량 수준이다.
공사기간도 매우 짧다. 벽과 골조, 지붕, 전기배선 등 건물 공정 절반을 공장에서 만들어와 현자에서 조립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한달이면 금방 집을 만들 수 있다. 한옥 역시 건축비가 절반 수준에 지을 수 있는 공법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명지대학교 김왕직 교수가 이끄는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개발 중인 이 공법은 한옥의 건축비를 3.3㎡당 600~700만원으로 끌어내렸다. 또 주택성능도 아파트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18일 명지대 용인캠퍼스에서 공개한 실험한옥(Mock-Up) 상량식을 통해본 '대중한옥'은 1층 81㎡와 2층 45㎡ 등 2층 규모의 방3개, 욕실2개 등을 갖출 수 있다. 도심내에서 토지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2층으로 설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옥 내부는 안방, 거실, 부엌 등으로 구성돼 일반 현대식 주택과 다르지 않았다.
한옥은 그동안 현대주택과 비교해 냉난방이 부족하다는 불신이 많았다. 이들이 내놓은 대중한옥은 한옥의 멋을 그대로 살려 석가래가 노출되도록 했으며 2층에는 누(樓)를 형식을 살린 베란다를 배치했다. 또 한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붕과 처마의 곡선을 실험한옥에서도 그대로 살려 시공했다. 연구단은 이번 실험한옥을 통해 주거성능을 최종 테스트한 후 서울 은평 한옥 마을에 시범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농사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의 아름다운 집과 인테리어 (0) | 2012.06.22 |
---|---|
탈북자, 농촌에서 성공적인 인생3막 열다. (0) | 2012.05.31 |
한옥의 대중화...건축비 내리고 단지형 모델 등장 (0) | 2012.05.30 |
산청 신등면 모례리 시골농가 체험 (0) | 2012.05.27 |
텃밭농부 70만명, 애그리테인먼트가 뜬다. (0) | 2012.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