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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를 읽고...(2018. 11. 13, 화)

도보사랑 2018. 11. 13. 23:29

난중일기를 읽고..(2018. 11. 13, 화)

 

노산 이은상이 역주한 난중일기를 읽었다. 임진년 정월부터 시작하여 7년간 1천 6백 4일동안의 기록이다.

 

순신은 하루를 기록함에 날씨를 우선 언급한다. 하늘이 내린 그날의 섭리를 살펴보면서 순응의 길을 모색한다. 전투에 임해서는 그 순응을 기초로 바람을 타고 노를 저었다. 명량해전을 이틀 앞둔 정유년 구월 열나흘 일기엔 "맑으나 북풍이 크게 불었다. 임준영이 육로를 정탐하고 달려와 말하기를, 적선 쉰다섯 척이 벌써 어란 앞바다에 들어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틀후 죽고자한 정신으로 싸워 명량대첩을 거두었다. 천지의 기상을 먼저 살핀뒤 사람을 만나고 행동하는 그의 삶에서 하나의 큰원칙을 발견한다. "인간은 자연의 한부분이라는것,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않는 행위야말로 담대한 삶의 출발점이라는것"

 

하루의 일상에서는 공무를 먼저 살폈다. 군율을 어긴 부하에겐 가차없었으나 인간적 고뇌는 깊었다. 그러나 그 고뇌는 공무가 끝나고 심신이 피곤한 야심한 밤 달빛아래에서 홀로 가슴에 새겼다. 그래서 난중에 기록한 일기는 딱딱하다. 피를 토하는듯한 울분은 좀체 발견하기 힘들다. 혈육이 왜적의 칼에 쓰러진 소식을 접했을때에만 아주 작은 공간에 목놓아 통곡하였다.

 

하루의 공무는 대부분 판옥선의 상태를 살피고, 군량미와 부상자를 확인하고, 적 동태에대한 보고를 받고, 참모들과 차후 전투를 논의하는데 집중되었으며 활쏘기로 체력과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간간히 명의 사신 심유경이 왜와 접촉하는 동정을 주요 상황으로 기록하고 있다. 조정의 정치상황에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거의 없고 나라정세가 아침이슬같이 위태로움에 사직을 보존할 인재가 없음을 걱정할 따름이다. 정치에 초연하고 오로지 승리만 갈구하는 군인의 냉철함이 드러난다.

 

그래서 그는 성웅이다.

매사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온 부지런한 인간이었다. 부하의 죽음앞에선 속으로 삼킨 눈물을 흘리며 각오를 다진 책임감강한 지휘관이었다. 기록함으로써 역사에 소명을 다한 담대한 정신의 소유자였다.

 

"상황을 살피고 또 살펴서 이기는 삶을 살되 나를 초월해야겠다는것", 난중의 기록에서 발견해본 충무공의 위대한 정신이다.

 

가슴에 적을 두고있지않은 위정자나 군인이 한번 읽어보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