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일본 아소산 환갑여행(2019. 6. 21~24)

도보사랑 2019. 6. 30. 22:31

일본 아소산 환갑여행(2019. 6. 21~24)

 

내가 1959년에 어머니 배속에서 나왔으니 올해가 소위 天干과 地支가 합쳐서 만 60세가 되는, 태어난 干支의 해가 다시 돌아왔음을 뜻하는 환갑이다. 정확히 말해 9월이되면 그날이 온다. 인간 수명이 길어진 요즘은 환갑보다 칠순, 팔순을 더 챙기고 축하한다.

가족들은 9월이 오기전 고교친구들과의 先 일본여행을 허락(?)해주었다.

 

언제나 가슴속 추억으로 머물고있는 고교 반 동기들 11명이 큐슈 아소산 지역을 찾았다. 3년전 대지진이 발생하였고 지금도 분화구에서 가스를 내뿜고있는 활화산 지역을 찾은것은 6월이면 피톤치드를 최고로 내뿜는 편백나무가 울창한 국립공원 인접지역에서 골프장(아소야마나미 골프 & 리조트)을 운영하고있는 친구의 초대때문이었다. 초대라기보다는 함께 얼굴을 맞대고 우리의 60세월의 삶을 함께 자축하고 싶었던것이 정확한 표현일것이다.

 

1일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아소야마나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라운딩.. 네비게이션이 장착된 골프카에 무작위로 실린 Bag주인들끼리 한조가 되어 즐겨보는 실력 탐색운동이다. 온통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잔디는 밤새도록 피톤치드를 마셨는지 오후인데도 생기가 넘친다. 잔디위로 카를 몰고, 앞선 팀의 카와 핀까지 거리측정, 자동 스코어 기록까지 해주는 첨단 장비다. 세월의 몸무게는 첨단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마음과 정신만은 예리한 첨단을 달린다. 때때론 노욕이 스코어를 망치지만.. 마음껏 흘린 땀은 대욕탕 온천수에서 씻었다.

 

친구는 큰 자축 케이크, 삼페인, 일본 남성들이 환갑때 입는다는 붉은 옷 (모자와 두루마기)까지 준비해두고 음식도 대형 사시미(돔)를 비롯하여 잔득 내놓았다. 우리가 준비해간것은 딸랑 플랭카드 하나임에도..서로의 건강과 탄생일을 축하하는 노래소리에 아소의 밤은 깊어간다.

 

2일

골프장에서 20분 거리, 친구가 특별히 잠자리를 마련해준 편백숲속 별장에서 맑은 공기, 새소리에 잠을 깬다. 지하 히노키 온천탕에서 숙취를 제거해본다. 베란다에서 바라다보는 전망이 참 편안하고 아름답다. 6시 30분에 골프장으로 이동, 아침식사후 제 2의 라운딩.. 어제와 다르게 숨은 칼들이 번득인다. 조금 긴장하며 즐겨보는 운동이다.

오후엔 아소산 전체 조망이 가능한곳으로 오른다. 마치 제주 오름을 보는것 같은 풍경이 계속되다가 드디어 다이칸보(대관봉)에 도착한다. 내려다보는 대자연의 풍경이 참으로 시원하면서도 경이롭다.

1592m의 아소산은 아소 5악으로 유명하다. 아주 오래전에 형성된 칼데라호수(둘레 120Km) 에서 솟아오른 5악을 이곳 다이칸보(대관봉)에서 바라보면 마치 부처가 누워있는 모습이다.

하산하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아소산 자락 산산촌, 맑은 용천수가 1분에 30톤 가량 솟아오른다. 玉來川의 源流라고 써져있다. 맑은 계곡물을 가둔곳엔 송어들이 양식되고 있다. 이곳 물로 내린 콰테말라 커피향은 비오는 분위기에 취하여 더욱 짙게 퍼져나간다. 자연의 소리를 친구들과 즐감해본다. 저녁은 전통료칸처럼 고풍스럽고 전문요리사의 솜씨가 물씬 풍기는 山水亭이란 곳에서... 내놓는 요리마다 주인 아주머니가 만국어 통역기로 설명해주는 재치에 맛은 절로 업(Up)된다. 산산촌에서 가져온 송어를 아주 예쁘게 회로 떠서 내어놓았고 큰돔을 암염속에 넣어 찐 요리가 일품이었다. 일인들의 요리엔 전문성 못지않게 자존심이 스며있음을 느껴본다.

 

3일

과거 추억속에 밤새 토킹하면서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아침 6시에 기상, 마지막 라운딩... 오늘은 챔피온을 가리는 날이라 사뭇 긴장하고 칼을 더 세게 가는 분위기다. 그래도 그 실력들이 어딜 가나.. 세상일 한꺼번에 성취되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욕심을 버리는것이 최고다.

운동후 구중산 전망대와 큐슈여행 여자들이 가장 가고싶어한다는 유후인을 찾았다. 구중산은 최초 트레킹 계획이었으나 관광코스를 추가하는 바램에 생략, 아쉬움이 함께한곳으로 남는다. 유후인은 한마디로 소품들이 거리 상점 곳곳에 진열된 민예촌이다. 고르케가 유명하다고하여 맛도 보고 긴린코 호수가를 거닐어본다. 아기자기한 전통 마을로서 여성 관광객과 연인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다.

돌아온 별장에서 친구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바베큐 음식을 내놓는다. 와규, 삼겹살, 닭날개살 등을 숯불에 올려 신선한 채소와 먹는다. 운동 시상식도 하고 다음 여행도 계획해본다. 나이들어 시간을 아끼고 추억을 오래동안 공유하고싶은 몸부림이다. 사케를 마시며 고교시절로 돌아간 우리의 대화속에 아소에서의 마지막 밤은 깊어간다.

 

4일

오늘은 복귀하는날. 오후 3시 비행기라 아소야마나미에서 아침식사후 일찍 후쿠오카로 향했다. 다자이부 천만궁(太宰府 神社)을 찾아본다. 경내 빼곡하게 들어선 매화나무가 아름답다. 이 신사엔 헤이안시대 학자이며 시인, 정치가인 스가와라의 유해가 묻혀있다. 스가와라는 학문의 신, 至誠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인물이다. 스가와라의 유해를 소달구지에 싣고 가던중 소가 움직이지 않은 장소에 유해를 매장하였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소뿔을 만지면서 머리가 좋아지기를 기원한다.

이번 환갑여행의 마지막 장소가 이곳이란것에 의미를 부여해본다. 학문을 함에 있어서 지성을 다해보기를..

 

며칠동안 몸이 아플것 같다. 그래도 이번 환갑여행 참 좋았다.

편백나무속 완벽한 힐링과 친구들 짙은 우정에 마음이 더욱 단단해졌다.

 

영진아, 그곳에 우리를 불러주어 고마왔고 수고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