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봄 삼구회 걸음(2023. 4.16~17)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고교 반(3-9) 친구들과
람세르협약 보존 늪지로 유명한 우포늪과 남지
개비리길 17Km를 걸었다.
우포 늪길은 안개 짙은 이른 아침과 갈대 흔들리는 저녁 노을 무렵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약 1억 4,000만년 전에 형성된 4개(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의 늪은 말 그대로 생태계의 고문서,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인데 창녕에 도착한 후 오후시간 걸음이라 시간이 뽑아내는 황홀하고 몽환적인 비경은 놓치고 말았다.
우포늪 생태관을 출발하여 사지포, 주매, 목포 제방을 거쳐 징검다리~사초군락지~따오기 복원센터~ 우포늪 생태관으로 돌아오는 약 9.5Km의 걸음에 장구한 세월동안 잉태되고 자란 지구의 생명들을 만난 것 같아 참으로 좋았다. 대자연과의 호흡이었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수많은 희귀 동식물들이 사는 늪지에서 붉은 부리를 가진 따오기를 보았고, 왕벚꽃과 습지에 뿌리를 내린 물벚꽃도 만났다. 가장 넓은 우포늪을 배경으로 왕벚꽃나무 아래에서 찍은 단체 포즈는 오래동안 간직될 것 같다.
이틀날 아침에 걸은 남지 개비리길은 남지 용산마을에서 영아지마을까지 이르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옛 길이다. 강가(개) 절벽(비리, 벼리)에 난 길이란 뜻을 지닌 이 길은 옛날부터 소금과 젓갈을 등에 진 등짐 장수와 인근 지역민들의 생활길이었다. 역사의 흔적도 많다. 임진란때 곽재우 의병들이 육지에서 첫 승리를 거둔 기음강(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는 곳) 전투가 있었던 곳이고, 6.25 전쟁 당시엔 박진나루를 중심으로 적(북한군 제4사단)과 대치하였고 부서진 남지철교의 상흔 등 낙동강 최후 방어선의 현장이기도 하다.
오늘의 걸음은 그러한 상흔보다 치유와 아름다움의 걸음이다. 오래된 친구들과의 걸음이라서 그런가보다. 마분산(곽재우 장군의 말 무덤)과 창나리(倉津)마을, 6남매마을, 사악한 마음을 버리고 회락동천(匯洛洞天)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죽림쉼터와 금천교, 감나무 시집보내기, 영아지 전망대 등 전설과 신화가 줄줄이 열린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공간이 낙동강변 벼리(절벽길)를 따라 이어진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는 낙동강 건너편은 익숙한 의령과 함안지역이다.
벼리길이 끝나는 곳엔 유채꽃이 활짝 피어있다. 소나무 향이 좋은 산길로 들어서서 벼리길 약 7Km를 돌아 노란 유채꽃밭으로 나오는 길인 것이다. 유채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오고 싶고 남지에 오시는 분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곳이다.
어제 저녁식사 장소는 창녕 유명 한우식당. 입에 살살 녹는 고기 맛처럼 좋은 이야기들.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한 몇몇 친구들이 반가웠고 귀한 건배사도 오고 갔다. 한 친구는 아리스트텔레스가 정의를 내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친구는 서로 다른 육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라고..
45년전 고교 한 울타리에서 맺은 인연, 하나의 영혼으로 숨 쉴때까지 건강하고 변함없는 우정이면 좋겠다.
항상 희생하면서 수고를 아끼지않는 재엽회장님 수고 많았어요.
-평택으로 가는 슬로우 기차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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