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가조도(2023. 4. 22, 토)

도보사랑 2023. 4. 23. 19:16

가조도

함양 상림의 숲을 걷고 바다가 보고싶어 통영을 거쳐 거제 사등 앞바다에 있는 가조도로 왔다.

거제대교 건너 사등은 44년전 생도 1학년 하계방학때 이곳이 고향인 사관학교 동기생이면서 고교 1년 선배가 나를 불러주어 처음으로
와 본 곳이다.  

노를 젓는 거룻배를 함께 타고 대교 아래에서 돔 낚시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의 앨범의 한 구석엔 그때 작은 돔을 잡아 올리며 환하게 웃던 사진이 있다. 선배가 휘파람을 부르며 노를 멋지게 젓던 모습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선배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정의감이 투철했고 사욕이 없었던 멋진 선배가 불의의 사고로 하늘로 돌아간 사등의 바다엔 거센 바람만 불어온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虛無의 바다에 선 느낌이다. 사등 앞바다 칠천량에서 수장된 수많은 조선 수군의 혼백이 흘러다녀 더 그러한 기분이 드는 것인가.

바다에 서서 섬과 섬을 잇는 연육교를 바라보지만 이승과 저승의 거리는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사람은 언젠가 죽고, 나 혼자서 죽고,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죽음에대한 분명한 사실 3가지가 거친 파도에 실려와 나의 가슴 모래밭에 뭍히는 느낌이다. 누구나 결국은 가벼운 무게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미리 가벼움에 익숙하여 삶의 무거움을 버티어낼 수 있어야한다.

가조도로 가기위해 연육교를 넘는다. 계도 어촌마을 낚시터 방파제에서 더 바다바람을 맞았다. 잡히는 고기 없어도 낚시대를 계속 드리우는 사람들..
예측과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떠나 보냄에 익숙하고자 하는가. 가벼움을 미리 연습하는 것인가.

상림의 어제와 가조도의 오늘 물길이 겹쳐지며 파도가 되어 방파제에 부딪힌다. 아직 가조도의 지는 해는 아름다운 낙조를 가져오지 않고 있다. 더 숨죽이면서 기다려야 하고, 가벼움을 준비해야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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