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와 만나고 묻히다
(Meet the Chollipo and be buried)
수목원 입구에서부터 수선화, 자목련, 두견화, 꽃사과나무, 호랑가시나무, 동백나무 등..
수 많은 수종의 나무와 꽃들이 천리포 바다 언덕에 수를 놓고 있다. 최초 3,000평의 땅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18만 여 평의 부지에 총 15,600 수종이 식재되어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목원이 되었다.
누가 이런 곳에, 옛부터 해송이 뿌리내리고 소금기 머금은 해풍이 불어오는 거칠었던 공간에 엄청난 정성과 사랑을 심었나.
주인공은 한국을 너무나 사랑한 미국인 Miller, 한국이름으로 민병갈씨다.
15세때 부친을 잃고 20대 중반에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밀러씨가 한국인 민병갈씨가 된 과정을 설명한 아래 글이다.
"1921년생 밀러는 2차세계대전후 일본에서 통역 일을 하다 한국으로 와서 6.25전쟁을 경험하고 전후 복구사업 재정지원 업무를 하다 한국의 美에 푹 빠졌다. 그는 한국의 자연을 가꾸며 한국인으로서 사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한국의 성(姓)과 이름을 갖기 위해 그는 우선 성부터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의 많은 성씨중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온 한국은행 총재 민병도와 같은 성인 민(閔)씨가 되고 싶었다. 민은 밀러와 발음이 비슷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름의 첫자는 병도의 돌림자를 따라 병(丙)으로, 끝자인 갈(渴)은 밀러의 미국이름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에서 딴 것이다.
밀러의 귀화 소식에 밀러의 가족들은 반대하고 설득하려 했지만 밀러의 완고한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후에 밀러는 한국 국민이 되었고 주민번호가 적힌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한국의 자연과 풍습을 사랑한 그는 한평생 한국기행과 꽃나무를 가꾸며 살다가 81세에 세상을 떠났다. "내가 죽으면 묘를 쓰지 말고 묘 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이곳 천리포수목원 목련나무밑에 수목장으로 흙으로 돌아갔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이었던 그의 아름답고 열정적인 삶을 담은 일대기 사진을 전부 찍어왔다. 한 편의 책을 읽는 것처럼 사진과 글을 확대하여 순서대로 천천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순백한 꿈을 가졌고, 땀과 열정으로 이룩했던 모든 것을 자연으로 되돌려준 한 인간의 멋진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천리포수목원을 직접 찾아 그의 나무 사랑, 자연 사랑, 한국 사랑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가면 좋겠다. 전쟁이후 가난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던 한국에게 큰 도움을 주었고, 죽어서도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준 그의 귀한 마음에 고마움을 느껴보면 더욱 좋겠다. 아름다운 천리포, 만리포 바다를 거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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