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산행

녹색지대

도보사랑 2023. 5. 13. 21:09

녹색지대

주말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운산으로 간다.

산행 초입 낭구네 식당앞에 펼쳐 놓으신 단골 할머니 오늘 좌판(坐板)엔 도토리묵만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힘드셔서 밭에 나가지 않으셨나. 2주전엔 풍성한 좌판에서 뽕잎, 도토리묵을 골랐건만..
목소리에도 힘이 없으시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셨나, 자식들 일이 잘 풀리지 않으시나..

조금 떨어진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좌판엔 채소, 나물이 풍성하다. 도토리묵도 있건만 열무 2단, 아욱, 땅두릅을 샀다. 합 1만 8천원. 하산해서 단골 할머니 도토리묵 2개를 사서 함께 차 트렁크에 실을 것이다.

오늘은 1만 8천원짜리 산행이다. 하산해서 먹는 낭구네집 청국장과 파전, 커피볶는집 더슬로우에서 마시는 커피 값은 산행값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오늘의 걸음값에서 제외시킨다. 매일 먹고 마시고, 쏟아내는 통상의 행위이기에..

이른 아침부터 산에 올랐던 산행객들의 가벼운 하산 발걸음엔 무엇을 담고 오셨나.

이쁜 봄꽃들은 전부 지고 푸른 신록이 그늘을 드리운다. 군데군데 하얀 아카시아, 밤꽃 무리는 푸른 산 유화 그림 마무리 붓 놀림의 흰 점들.

나의 비밀 정원 앵초밭에도 꽃은 전부 지고 별모양 작은 꽃잎과 푸른 잎새만 남아 있다. 아니다 분홍꽃 하나가 홀로 남아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지난 4월초 함께 화려하게 필때 그때는 푸른 청춘이었지. 만물의 生은 다 그러한 것..

목소리에 힘이 빠지신 할머니꽃도 아름다운 꽃이다. 마지막 꽃을 떨어뜨리는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다.

앵초밭을 벗어 날 때
우~아 대단한 발견. 습지 골따라 아래로 새끼 앵초들이 피어 나고 있다. 놀라운 자연 번식이다. 내년엔 화려하고 이쁜 꽃들이 넓게 수를 놓을 것 같다. 생명은 이렇게 끊임없이 순환한다.

정상까지 오르지않고 8부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며 녹색지대의 '준비없는 이별'을 듣는다. 이별, 이별, 준비없는 이별이라..

인생은 녹색지대. 떠남이 있어도 다시 돌아오는 녹색지대. 하산해서 한 잔 목축임의 안성 길벗(길따라 벗따라) 막걸리는 변함없이 시원하고 맛이 있을 것이다.

20230513, Song s y

https://youtu.be/J3vgRI1rK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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