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을 삼구회 정모
지난 봄 창녕 우포늪, 남지 개비리길에서의 걸음은 어느새 여름 더위를 몰아내고 가을 바람을 불러왔다.
가을 정모는 지난 당진 아미산 번개 산행시 양평 유명산에서 갖기로 결정했다.
산행길잡이 수명이가 "그땐 시월의 단풍을 즐길 수 있고, 이른 아침 배너머 고개를 거쳐 유명산 정상에 오르면 발아래 남한강따라 펼쳐지는 구름바다(雲海)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어제 먼 남쪽 고향 친구들이 기꺼이 양평까지 올라왔다. 참석이 가능한 14명의 친구들이 6개월만에 모인 자리다. 고교 반 친구들의 년 2회 모임은 서로의 안녕을 묻고, 함께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웃고 떠들며 밥 먹으면서 유수같은 세월을 붙잡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첫날 오후, 용문산(1,157m) 사나사(舍那寺) 계곡길을 짧게 걸었다. 사나사는 923년 신라때 창건되었으나 탑, 비석 등 고려 원증국사의 흔적이 짙게 남아있었다. 용문산 백운봉을 바라보며 걸어보는 짧은 계곡길 걸음이지만 단풍 떨어진 계곡물에 발도 담가 보고 노란 은행나무 아래에서 우리들 단체 모습도 담았다.
차가운 가을 밤공기, 하늘엔 보름달같이 둥글고 큰 달이 환한 빛을 쏟아내고 있다. 달(月) 옆에서 반짝이는 금성(金星)이 우리들 삼구회 앞 길을 비추어주면 좋겠다. 재엽회장은 건배사 후 사전 여기를 현장답사하여 펜션을 예약하고, 이 자리를 만들어준 수명 부부의 수고에 감사하는 전화를 수명 부인에게 한다. 회장다운 세심한 배려와 리더쉽. 대화는 주로 올 연말 일본 큐슈 아소에서의 송년모임, 60대 장년들의 지난 군대이야기(전쟁 발발하면 재입대하여 공수훈련 받고 점프도 하고싶다고 하네. 애국심 충만..ㅋ), 일본 골프장을 재생시키는 친구 사업과 한일교류 이야기, 우리들 남은 삶과 건강이야기 등등.. 대화는 끝이 없다. 병일이는 밀양에서 구지뽕 농장을 경영하는 종수의 올해 수확 구지뽕을 미리 주문, 가져오게하여 친구들 모두에게 선물한다. 고마운 마음이고 감사하다.
오늘은 이번 정모의 주 목적인 유명산(862m) 오르는 날. 6시에 기상하여 황태국 아침을 먹고 배너머 고개로 향한다.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고개길. 발아래 남한강쪽엔 운해가 펼쳐진다. 운수(運數)가 좋은 날이다. 용문산, 백운봉, 억새, 운해를 함께 담아보는 사진은 한 폭의 동양화다. 건강을 챙기고자 오르는 발걸음은 유명산 정상까지 이르고 다시 배너머고개 입구까지 내려오는 약 9Km, 2시간 20분 동안의 산행이다. 산행간 찍은 풍경과 우리 모습들은 삼구회의 우정이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단톡방에 올리는 순간 우리 삶의 귀한 흔적이 된다.
매번 그러하지만 모임의 산회(散會)는 점심식사후 커피 담화이다. 점심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유명 가마솥 닭볶음탕집, 커피는 스터벅스가 아닌 평범한 산골 커피숍에서. 마무리 대화는 주로 이번 정모의 감흥, 고교시절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다음 계획들.. 정치나 종교, 개인적 야망 이야기는 전혀 없다. 지난 학창시절 회고와 서로를 생각해주는 배려 대화다.
아소에서의 송년모임때 다시 보자며 아쉬움을 뒤로하며 서로들 발길을 돌린다. 먼 길 가는 남쪽 친구들의 안전복귀를 기원한다. 특히 카풀 운행한 친구들이 고맙다. 회장님, 수명이 수고 많았어요.
굿바이 2023 가을 유명산 정모^^
20231030,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