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남산길 걸음
4월이 되니 봄꽃들이 만발하고 생명의 기운들이 넘친다. 말그대로 신록의 계절이 다가온 느낌이다. 우리 고향친구들은 서울숲~남산길 8Km을 걸었다.
지난 3월 9일 양재 매헌숲길을 걷고 나서 4월에 서울둘레길 걸음을 시작하려했으나 2주 전 산행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봄꽃이 다 지기 전 서울 도심에서 제일 아름다운 숲길을 한번 더 걷고 다음부터 서울둘레길을 걷는다고. 봄꽃, 특히 벚꽃과 목련, 개나리의 마지막 절정의 아름다움을 놓치기 싫고, 이 길에서만 볼 수 있는 한강의 직선 흐름을 보고 다음부터 서울둘레길을 걷자고.
서울숲~남산길은 말그대로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인 서울숲과 서울의 역사가 담겨있는 남산을 연결하는 숲길이다. 응봉산~금호산~매봉산을 넘어 버티고개를 지나 남산 성곽까지 걸으면 도심속 자연의 생명과 역동성을 발견한다.
응봉근린공원 입구에서부터 벚꽃이 만발한 응봉 친화숲길을 지나 매봉산 팔각정에 이른다. 푸른 하늘 뭉게구름 아래 서울의 생명선 한강이 직선으로 힘차게 흐르고있다. 물이 끊어놓은 길을 다시 이은 동호~올림픽~영동~성수대교가 보인다. 청계산과 관악산, 세계속 서울의 상징 KOTRA와 롯데월드 타워도 눈앞에 펼쳐진다. 180여 미터의 낮은 구릉이 조망 해주는 물과 산, 인간 삶의 모습들. 이런 곳도 있었구나!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조망 명소인 이곳은 야경도 아름다워 성동구 주민들은 밤낮으로 찾을 것 같다. 팔각정 아래 숲속에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그 곳에 오르고 싶은 山.
매봉 172.7m.
준-희'라는 글이 새겨져있다. 전국 명산을 전부 다닌 친구는 말한다. "전국 이름난 산에서 가끔 발견하는 표지판인데, 표지판을 단 준-희라는 분은 아마 山을 엄청 사랑하는 부부같다. 이름에 '준'자를 가진 남편과 '희'자를 가진 아내 같다"고. 난 수긍했다. 산을 정말 사랑하고 산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난해 난 한양의 모든 산을 다니면서 이러한 배움을 얻었다. 한양의 역사는 산을 사랑한 인간의 역사라는 사실을.
어느듯 남산에 이르러 성곽의 일부 흔적을 보면서 우린 한양 성곽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축조 되었는지 짧은 토의도 해본다. 생각보다는 훨씬 큰 범위에 걸쳐있는 성곽, 그러기에 오백년이 넘게 왕조를 유지해 온 것은 아닌지. 남산에 숨어 있는 여러 문화와 역사 중에서 반올림, 마름모꼴, 짝수, 홀수 등 아름다운 우리 말을 만든 최현배 국어학자, 망국의 통한을 헤이그에 알리고자한 이준 열사, 청계천에 놓여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긴 수표교, 그리고 임오군란과 을미사변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장춘단 터를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도심속 숲길 걸음 참 좋았다. 예쁘게 생긴 미국인 숙녀 두 분이 남산길을 내려오면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대화를 나눈다. 슬며시 엿들어보니 '산이 품은 아름다운 한국의 수도, 서울'. 앞으로도 자주 Korea를 찾을 것 같다.
저녁식사는 사람들이 붐비는 원조 족발집 에서, 커피는 옛부터 소문난 태극당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제는 5월에 계획된 삼구회 정모, 건강, 산, 살고싶은 곳 등. 산행대장은 몇년 전 지리산을 밟고 하동쪽으로 하산하다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섬진강에 넋을 뺏겨 노후 삶의 공간으로 악양부근 과수원 땅을 샀다고. 그 마을 이장님이 소개한 조망 좋은 땅을 한 푼도 깎지 않고 샀다고했다. 알 수 없다. 서울 도심에 사는 친구가 생각대로 마지막 노후를 그 곳에서 보낼지. 자연속에서 인생 2막을 살고자하는 남자들의 로망에 태클을 거는 아내들과 의료의 문제때문에.. 그래서 오늘 이렇게라도 도심속 숲길을 걸은 것은 아닌지.
자기 사는 곳이라고 저녁밥을 산 친구, 전국 최고의 빵집 태극당 롤 케익을 아내들 가슴에 안겨줘라고 모두에게 선물하는 친구, 커피를 서로 사겠다고 카드를 꺼내는 친구들. 이래서 우린 행복한 것. 도심의 숲속에서 마신 청정 공기보다 더 신선한 우정의 공기!
20240405, Song s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