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양양풍경 2점

도보사랑 2024. 9. 15. 16:51

양양풍경 2점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전 양양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단원의  '금강사군첩'을 펼쳐 양양 풍경 2점(낙산사, 관음굴)을 그려보았다.

단원은 울진에서 관동 8경 중 최남단에 있는 월송정을 그린 후 발걸음을 북쪽으로 돌린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 북상하면서 금강산으로 빨리 가고자 했던 마음이었을 것이나 관동 8경의 하나인 양양 낙산사를 어찌 지나칠 수 있었으랴.

낙산사는 신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킨 3년 후인 671년(신라 문무왕 1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3국 통일의 위업을 관음상에 고스란히 새겼으리라. 단원이 그린 그림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 많은 수(數)의 가람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쌓인 넓은 부지에 세워져있다. 사찰로 들어가는 길엔 작은 성벽과 통문도 있으며 동해바다엔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단원이 3국통일을 달성한 신라의 기상과 국운 융성을 그림에 담고자 한 것 같다.

난 낙산사에 여러 번 갔었다. 전란과 산불로 인해 여러차례 전각이 소실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낙산사. 그럼에도 단원의 그림처럼 옛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명승지로 더 유명해지고 있다. 몇 년 전에 세워진 웅장한 관음상은 단원이 그린 동해의 일출을 매일 굽어보며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관음굴은 낙산사 부속 암자인 홍련암을 말한다. 의상대사는 낙산사를 창건하면서 북동쪽 벼랑위 작은 공간에 이 암자를 세웠는데 법당안 마루 바닥 작은 창을 통해 바닷물이 굴속으로 들쑥날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었기에 관음굴이라고도 불렀다. "의상대사가 해안 석굴 속으로 들어간 후 자취를 감춘 파랑새를 보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석굴 앞 바위에서 7일 밤낮으로 기도하던 중 붉은 연꽃속에서 나타난 관세음보살을 보고 그곳에 세운 암자"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지금도 홍련암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은 파랑새를 찾기위해 법당 마루 작은 창을 열어보고 있을 것이다.

단원은 의상대, 해송, 바다위에 떠 있는 바위들, 거품을 일으키는 파도의 모습까지도 빠짐없이 그려 넣고 홍련암이 위치한 벼랑은 아주 세밀하게 묘사했다. 자세히 보지않으면 암자의 존재를 알 수 없다. 크기도 작아서 절벽의 한 주름 처럼 보인다. 난 단원이 홍련암을 작게 그린 의도를 짐작하면서도 조금 더 크게 그리고 옅은 황색으로 칠했다. 임의적으로 서툰 모사를 한 이유는 나 역시도 아직 파랑새를 찾지못하고 헤매며 세상 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양양에서 떨어지는 산(落山)과 해식 동굴속으로 사라진 파랑새를 그린 단원은 설악산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20240911,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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