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4~ 5구간(망우~용마~아차산 코스)
오늘 한달만에 둘레길을 걸었다. 2주에 한구간을 걷는 둘레길을 이런저런 이유로 한 차례 연기하여 두 구간(4, 5구간)을 몰아서 걸었다. 화랑대역에서 출발하여 양원역~망우묘지
공원~깔딱고개쉼터~아차산 정상~해맞이광장~아차산관리소~광나루역까지 약 13.8km 걸음. 미세 먼지 없는 맑은 날씨에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오늘의 걸음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밀려드는 시름들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한국 문화에서 상징적인 업적들을 남긴 망자들이 누워있는 망우묘지를 지나면서 낮설지않은 인물들을 만난다. 시인 빅인환.. 1956년 봄 명동 '경상도집'이란 막걸리집에서 탄생된 그 유명한 명곡의 가사, '세월이 가면'과 그의 대표적 詩, '목마와 숙녀'가 생각난다. 천재화가 이중섭의 묘를 지나치면서 병일이는 그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난 8년 전 가을, 덕수궁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전에서 보았던 그의 그림들과 작년 여름 제주도 여행에서 탐방했던 그가 잠시 거주했던 곳, 전쟁중이었던 1951년 1년간 부인 마사코, 두 아들과 함께 살았던 서귀포 초막과 그곳에서 그렸던 물고기, 게 그림들도 떠올랐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천재 화가의 꿈과 예술혼이 이곳 망우 묘지 바람속에 아직도 흘러다니는 느낌이다. 한용운, 유관순 등 많은 애국지사들의 충절 혼이 숨쉬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깔딱고개 쉼터에 이르기 전 망우(忘憂)란 지명 유래에 대한 설명 표지판이 있다. "태조 이성계가 선왕(先王)의 묘지를 정하기 위해 구리 동구릉을 답사하던 중 무학대사가 동구릉을 이성계의 능지(陵地)로 적합하다고 건의했는데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곳 언덕에서 이성계가 동구릉을 바라보며 후세에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서 근심을 잊었다하여 그 고개를 망우(忘憂) 고개라 불렀다"고..
왕의 근심을 덜어준 자리가 후세에 예술과 충절의 혼이 떠다니는 공간이 되었으니 "동구릉은 먼데 망우는 가깝고, 왕의 능지는 호화롭지만 가난하고 힘들게 산 은자(隱者)들의 봉분은 초라하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망우(忘憂)가 망우(望優)가 되었음 좋겠다.
망우언덕에서 불암산, 도봉산, 백운대 등 서울의 북쪽 산들을 바라보며 걷다가 용마와 아차산에 이르니 동쪽에서 서쪽으로 장엄하게 흐르는 푸른 한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한민족 역사의 강줄기! 이곳 용마, 아차산은 아주 오래 전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이 치열하게 싸웠던 곳이다. 만주와 한반도 남쪽 유역의 중간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서 산은 그렇게 높지않으나 정상부근 어느 곳에서든 한강유역 일대 360도 방향 전체를 조망, 감제할 수 있는 곳이다. 한성백제는 일찍부터 이곳에 산성을 쌓았다. 고구려는 이곳을 정복하여 수많은 보루를 세웠다. 신라 진흥왕은 고구려 온달장군과의 아차산 전투에서 승리하여 북진의 기틀을 닦았다. 한성백제의 역사에선 개로왕(21대, 455~475년)은 이곳에서 고구려군에 의해 참수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의 죽음으로 한성백제가 끝나고 웅진백제의 역사가 시작된 곳인 것이다. 여러 보루를 둘러보고, 전망 좋은 곳에서 우리들의 모습도 담아본다. 정상을 오르는 사람들도 아차산의 역사를 살피며 도도하게 흘러가는 대한국(大韓國)의 운명과 함께 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수명대장은 탁 트인 조망을 바라보며 멀리 천마산을 시작으로 한양 전체를 두르고있는 모든 산들을 일일히 가르키며 산 이야기를 해준다. 트레킹을 주도하는 산사나이의 산사랑에 깊은 감동이 찾아든다. 오늘따라 수명 어부인께선 친구들과 함께 먹어라며 삼각김밥, 인절미, 청도꽂감을 예쁘게 포장한 점심을 제공했다. 내가 먹어본 삼각김밥 중 최고의 맛. 친구들은 '산사랑 삼각김밥' 브랜드로 판매해도 대박날 것 같다고.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슴다.
정주는 이 나이에 학원에서 엑셀, 파워포인트 수업 받느라 오후 늦게, 우리가 아차산을 하산할 무렵에 합류했다. 연희동에서 광나루역까지 숨가쁘게 달려와 아차산 3부 능선에서 만나 짧은 거리지만 함께 걷고 사진도 찍었다. 친구들과 이 서울둘레길 걸음을 함께 하려는 그 정성과 의지가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157Km 둘레길 걸음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아카시아 피는 4월이면 앵봉 걸음을 마지막으로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다. 그때까지 사고 없이 한마음으로 즐겁게 걸었음 참 좋겠다.
* 화랑대역~양원역~망우
묘지공원~깔딱고개쉼터
~용마산 5보루~아차산 정상~아차산관리사무소~광나루역(13.8km, 4시간 30분)
* (수명대장의 트레킹 평가) : 기온 7~8도에 맑은 날씨, 바람과 습도도 적당한, 겨울철 최적의 트레킹 컨디션 속에서 4, 5구간을 한번에 주파하였음. 길 상태가 양호하고 오르내림도 심하지 않은 완만하고 편안한 코스였음. 깔딱고개 오름길부터 아차산 전 구간에 걸쳐 한강과 함께 터지는 막힘
없는 조망과 경치속에서 1달여만의 트레킹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는데 앙원역(6호선)에서 좌회전을 하지 않고 직진을 함으로써 1.7km를 더 걸어 가는 알바가 오늘의 옥의 티.
광나루 인근 식당에서
생대구탕, 두부김치, 해물
파전과 막걸리로 뒤풀이겸 저녁식사를 마치고 커피타임 없이(배가 너무 불러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함.
20250125,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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