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1구간(수락산코스)
우린 2주 전 둘레길 21구간을 걸었다. 오늘은 1구간 수락산 코스를 걷는 날. 수명대장은 오늘 날씨가 기온 16~17도, 바람 1m/s, 습도 45% 내외로 트레킹에 좋은 컨디션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난 며칠 전 카카오스토리에서 이 둘레길 일부 구간을 걸으신 분(불암산 자락에 사시는, 산을 무척 좋아하는 분이시다)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 사진을 보았기에 둘레길 친구들과 한양 북쪽의 늦가을을 만끽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집을 나섰다. 도봉산역까지 2시간이 넘는 먼거리인데 배낭속에 책 한권을 넣는다는 걸 깜빡 잊었다. 대신 페북과 밴드에 들어가 마음을 살찌우는 귀한 글들을 찾아 읽어본다. 맛깔나게 글을 쓰시는 사관학교 선배님이 나태주 시인을 만난 글, 인산편지 세계명작산책에서 호손의 소설 '야망이 큰 손님'을 인문학적으로 통찰, 소개한 인산작가의 글 등.. 진실된 사실을 바탕으로 깊은 사유로 빚어낸 글을 대하면 평소 순하지않은 나의 마음이 착해지고 깊어지는 느낌도 갖게된다.
오늘의 걸음 들머리 도봉산역 서울창포원에 들어서니 뒤로 우리가 걸었던 도봉산이 멋지게 펼쳐져있다. 수락산 기슭을 걷는 오늘 코스는 도봉산역~수락골~노원골전망대~당고개공원 갈림길까지 약 7Km의 길로 오르막이 많아 난이도가 '상'으로 기록되어 있다. 중랑천을 따라 남북으로 뻗은 큰 도로를 보니 6.25전쟁 초기 T-34 전차를 앞세워 의정부~창동을 넘어 서울로 진입했던 북한군, 지금은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되어 핏값을 정은이에게 바치는 앳띤 병사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오늘 걸음은 늦가을의 정취가 가슴속에 스며들고, 지난주 지리산 백무동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음 좋겠다. 올해 유난히 생(生)이 짧았던 단풍이 낙엽되어 떨어진 산길을 걸으니 호젓한 느낌보다 왠지 쓸쓸한 느낌이 찾아드는 것 같아 일부러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캠페인으로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와 그의 가족들, 앞으로 예상되는 세계 경제 상황,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향방, 트럼프가 관심을 보인 우리 조선업의 미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우리의 핵무장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수락골 전망좋은 곳에 서서 2주 전 걸었던 도봉산 자락길을 다시 돌아본다. 길은 그대로 있는데 옷깃을 스쳤던 바람은 사라지고 우리 기억도 슬며시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갑진년을 미련없이 보내고 새해 새길을 맞이하라는 뜻인지.. 그래도 우린 이 걸음의 의미를 남기고자 사진들을 찍는다. 수명인 좋은 포토존을 찾아 독사진을 찍어준다. 더 걸어서 도달한 노원골 전망대에서도 2주 후에 걸을 불암산을 배경으로 또 독사진을 담는다. 수명인 "산에서 인상적인 사진을 남기려면 붉은 색상의 등산복을 입으면 좋다"고 말한다. 예사로 들었다가 막상 찍은 사진을 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산색과 조화를 이루고자하는 인간의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의 종착지 당고개역에 이르기 전 '거인발자국' 바위를 만난다. 수락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동식물들을 지켜주던 거인이 개발로 인해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자 수락산을 떠났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오는 바위다. 지나치는 산행객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오늘 걸음으로 우린 총 21개 코스의 절반 이상을 걸었다. 마지막 코스는 내년 4월 아카시아 향기 짙은 앵봉산 은평코스를 걷기로 했다. 이 둘레길을 완주하고 나면 지리산 종주를 하자고 했다. 그 때 우리 체력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누죽걸산(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의 심정으로 쉼없이 걷고싶은 것이다.
당고개역 옆 육전이 유명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병일이가 최근 읽고 있는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내용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온다. 우주는 그냥 우주가 아니고 '질서있는 우주',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영역도 별개의 영역이 아닌 연결된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라는 내용. 지금까지 경험과 인연으로 세상을 살아온 친구들은 공감의 의견을 보탠다. 나또한 동의한다. 비단 과학과 종교의 초연결성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주는 질서있게 순환한다는 사실을. 그러기에 우리 삶도 질서있게 잘 살아야한다는 것을. 식사 후 가까운 커피숍에서 오늘 걸음을 마무리하면서 12월 '만다린'에서의 망년회 식사는 우리 걸음을 적극 후원해주는 마나님들을 모시고 하기로했다.
*도봉산역~수락골~노원골 전망대~당고개역
(7.35km, 3시간 2분)
*(수명대장의 트레킹 평가) : 트레킹 내내 기온 17도의 따뜻하고 맑은 날씨에, 바람도 없는 좋은 트레킹 컨디션이 유지되었으나, 시야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였음. 서울둘레길 특유의 오르내림이 반복 되었으나 난이도 상급의 코스란 설명은 조금 과장된 듯한 느낌. 3곳의 전망대에서 서울동북권의 도심 전망과 함께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의 멋진 자태를 트레킹 내내 볼 수 있어서 좋았음.
20241108,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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