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15구간(노을-하늘공원 코스)
지난달 2월 16일 고덕산 코스를 걷고 거의 한달 5일이 지난 오늘, 둘레길 15구간(노을-하늘공원 코스) 약 8Km를 걸었다. 오늘 걸음은 좀 특별하다. 본격적인 봄을 맞이하여 한양의 봄꽃들이 움트는 모습을 보는 걸음 후 난지캠핑장에서 저녁노을을 감상하면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준비한 도구와 식자재로 직접 요리하여 먹는 기쁨을 맛보기로 한 것이다. 이미 경험이 있는 희수가 거의 모든 준비를 했다. "오늘 걸음은 미세먼지가 좀 있으니 마스크를 준비하면 좋겠다"는 수명대장의 사전 공지에 희수는 "트레킹 종착점인 증산역에서 지하철로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에 있는 홈플러스로 이동하여 캠핑 때 먹을 음식물(소불고기, 삼겹살, 라면, 김치 등)을 사서 각자 배낭에 조금씩 옮겨 담은 후 캠핑장으로 이동할 것이며 식사 도구인 코펠, 후라이팬, 버너, 젓가락, 컵, 가위, 집게, 칼은 내가 준비하고 그외 필요한 물, 숯은 캠핑장에 있는 매점에서 조달하면 된다"는 공지를 했다.
난 공간이 조금 더 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서 오늘 걸음의 들머리 가양역으로 간다. 미리 도착해있는 친구들과 가양대교를 건너 노을 공원으로 향한다. 가양대교에서 바라보니 한수(漢水)가 서해방향으로 굽어지는 곳에 덕양산(125m)이 보인다. 임진난 시 역사적인 대첩을 거둔 곳이다. 행주산성이 위치한 고양시의 명칭은 관내 대표적인 산(山) 고봉산과 덕양산에서 한(一)자씩 따왔다. 고양시와 한양의 경계선에 있는 위용넘치는 고층 건물들은 상암DMC다. 발전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니 2천 5백의 민관군이 3만의 왜군을 물리친 행주대첩의 영광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 수 있다는 노을공원엔 다양한 조각작품, 전망데크 등과 더불어 넓은 잔디밭에서 시민들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명대장은 아름다운 노란 산수유 앞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찍어준다. 조금 더 걸으니 예전 난지도의 제 2매립지인 하늘공원에 들어선다. 난지도 중에서 가장 토양이 척박한 이곳은 자연 천이가 진행되는 생태적 환경을 갖춘 곳이 아니라 쓰레기 매립지 안정화 공사의 결과로 형성된 인공적인 땅이다. 인간의 기술과 의지가 환경을 바꾸어 새롭게 일군 땅을 걷고 있다는 사실에 숭고한 순례자가 된 것 같은 느낌도 살짝 가져본다.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콰이어길이 나타난다. 약 1Km의 이 길은 1999년 조성되었는데 위로 솟은 메타세콰이어 나무는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인지 더욱 힘차게 하늘을 찌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에서도 수명인 남기고 싶은 추억을 담아준다. 월드컵 경기장이 보이는 공원에 들어서니 '문화비축기지'라고 씌어진 6개의 탱크가 보인다. 41년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됐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도시재생을 통해 문화공원으로 변모한 것으로, 표지판엔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1976~78년에 건설된 민수용 유류저장시설로, 이곳에는 지름 15~38m, 높이 15m 크기의 탱크 6개가 건설돼 약 6,900만 리터의 석유를 보관한 바 있다. 그러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둔 2000년 12월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된 뒤 10년 넘게 방치되었다가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문화비축기지로 재생하기로 결정됐다. 2014년부터 추진된 재생사업은 기존 탱크에서 해체된 내외장재를 그대로 활용해 공간을 조성했다"고 씌어져있다. 국가안보의 산물이 월드컵 4강신화와 함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현대사가 기록된 뜻있는 공간인 것이다. 불광천을 따라 오늘의 종착지 증산역으로 부지런히 걷는다. 시민들과 함께 봄을 만끽하는 물오리, 왜가리들을 뒤로하고 종착지 증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시 월드컵경기장역으로 간다.
경기장옆 홈플러스에서 등산배낭을 멘 노장들이 장을 보는 모습이란.. 집을 나서기전 아내는 남자들이 제대로 장을 보고 저녁밥을 해먹을 수 있을지 걱정반기대반을 했는데 우린 재미있게 장을 본 후 호사스런 카카오택시 벤티(Venti)를 불러 거금 13,500원을 지불하고 마치 전장에서 승리하고 개선한 용사들처럼 난지캠핑장으로 들어와 예약된 캠핑자리에서 숯불을 피우고, 상추와 고추를 씻고, 숯불에 고기굽고, 김치와 쌈장 풀고, 코펠에 불고기와 라면을 요리한 후 수명이가 가져온 '발렌타인 30년생'으로 축배를 들었다. 이 술은 수명이가 결혼을 앞두고 처가집 함속에 넣어두었던 술로 거의 40년만에 둘레길 친구들에게 기꺼이 내어놓은 수명대장의 귀한 마음. 오늘따라 서쪽으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이 넘 멋지고 아름답다. 나누는 대화도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과 정이 넘친다. 속절없이 나이 먹어도 움츠리지않고 계속 걸으며 세상속으로 더 힘차게 나아가기로 약속한다. 이 둘레길 걸음이 끝나면 또 어떤 길을 걸었음 좋겠느냐는 나의 질문에 친구들은 지리산 종주, 영남알프스 종주, 해외론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트레킹, 미국 로키마운틴 일부를 구경하고 칠레 파타고니아 트레킹까지 해보자고 웅장한 꿈을 이야기한다. 난 영적성장을 가져온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했지만..
이제 서울둘레길은 두 구간만 남았다. 둘레길이 종료되면 우리들 걸음 흔적을 책으로 남길 생각이다. 걸으면서 사유하고 성찰했던 기억들은 에필로그로 남겨질 것이다. 기록된 소중한 추억들은 우리들을 다시 묶어주는 끈이 될 것이다.
"인생 후반의 성인들은 자아의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분이 출현하고 성장할 여지를 주어야한다"고 융(C.G. Jung)이 말했듯이 누구든 나이 예순이 넘어면 책 한보따리 싸들고 어느 바닷가나 산속에 숨어 고독과 침묵속에 흠뻑 젖어들고 싶어한다. 이와 반대로 세상 밖으로 나가 뭔가 전혀 반대되는 일, 확실히 지경을 넓히는 일, 전폭적 참여를 요하는 일에 빠져들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길을 택하든 인생 후반 노년의 삶에서 자신에게 변화를 주고자하는 시도는 용기이고 또다른 성장이다. 강물처럼, 화살처럼 흘러가는 세월앞에 변화와 시도, 용기를 생각케해준 오늘의 난지도 걸음!!
*가양대교 남단~노을공원~
하늘공원~월드컵경기장~불광천~증산역(8km, 2시간10분 소요)
*(수명대장의 트레킹 평가) : 기온 18도의 따뜻한 전형적인 봄날씨였으나 미세먼지가 심했음. 원래 세상사가 다 그런것. 서울 서쪽경계를 걷는 길로, 트레킹 전반에 걸쳐 펑지 수준의 편안한 길이었고,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야생화도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해서 기다리던 봄을 절감하게 해준 트레킹. 희수의 수고로 난지캠핑장에서 멋진 뒤풀이 저녁을 먹고 당산역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음 안양천구간 트레킹에 대해 사전 공지를하며 마무리함. 걸으면 삶의 봄이 늘 우리 곁에♡
20250321,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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