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둘레길 13~14구간(안양천상류~하류 코스)
이제 남은 안양천과 봉산 구간을 두고 오늘은 석수역에서 가양역에 이르는 안양천 두 구간을 한꺼번에 걷는 날. 다소 먼거리이지만 산을 오르지않고 천변을 따라 걷는 평지길이라 큰 부담은 없다. 이번 주 일기가 불순하여 계획보다 이틀 순연하였는데 다행히 오늘 날씨가 맑아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다.
석수역으로 가는 전철안에서 어제 단상 글 '낙화(落花)'를 다시 읽어본다. 이글에 어느 분이 "落花流水, 벚꽂은 내년을 기약하건만 우리네 인생은 한번 흐르면 다시 올 수 없네"라는 귀한 댓글을 주셨다. 참으로 공감되는 말씀이다.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인생을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고난과 굴종을 참아내는 인내 후엔 영광이 찾아온다는 인생관이다. 난 '인생은 단 한번의 여행'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예기치않은 죽음까지도 갑작스럽게 마주할 수 있는 안개속 같은 삶의 여정에서 소중한 그 무엇을 찾아나서는 인간의 길, 그것이 인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한번의 생(生)에서 우리가 찾고자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하면 얻을 수 있을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그 무엇의 정체가 다르겠지만 길을 걸으며 사유하고, 자신을 조금씩 조금씩 내려놓으면 불안과 두려움보다 믿음과 사랑이 와닿으면서 그 무엇이 의미를 가지고 가슴속에 다가오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어느듯 석수역에 도착하여 2번 출구로 나오니 병일이가 출구에서 기다리며 출발지역 스템프 찍는 곳을 안내해준다. 친구의 작은 친절이 참 고맙다.
총 길이 34.8km의 안양천은 삼성산의 안양사에서 발원하여 안양과 서울의 경계에서부터 한강 합류점인 가양까지 흐른다. 물길은 광명시와 서울금천구~구로구~영등포구를 지나 성산대교 서쪽에서 한강으로 흘러든다. 아내 고향이 안양 석수동이라 낯설지않고 자주 걸었던 삼성산 능선이 정겹게 다가온다.
안양천상류 코스는
'기찻길 따라 걷는 벚꽃길'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대다수 벚나무들이 한때 예뻤던 옷을 벗었지만 천변엔 많은 사람들이 봄을 즐기고 있다. 청년들은 라이딩과 축구, 중년의 건각들은 조깅, 가족들은 돗자리를 깔고 오붓한 소풍,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느긋한 산보(散步).. 한때 오물 투성이였던 안양천이 금천구 시민들의 자연보호 노력으로 깨끗해졌기 때문이다. 우측을 바라보니 큰 태극기를 걸어놓은 금천구청 청사가 보인다. 태극기를 사랑하는 금천구청장의 행정의지가 이 안양천을 청정하게 만든 것 같아 나도 왠지 뿌듯한 가슴이 된다. 벚꽃 터널길이 나타나니 수명대장이 이곳을 놓칠세라 독사진들을 찍어준다. 기억될만한 장소에서 추억의 사진을 담는 이 행위야말로 내가 전철안에서 사유한 '인생여정에서 소중한 그 무엇'이 아닐까?
약 2시간에 걸쳐 안양천 상류를 걷고 나니 12시 20분. 구일역 인근 식당에서 짜장면으로 점심을 먹고 잠깐의 휴식 후 안양천 하류길을 걷는다. 안양천 하류길은
'안양천 옛 추억길'이라는 테마로 가을엔 단풍이 아름답고 한강의 시원한 뷰도 만끽할 수 있다. 가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가을오솔길 같은 아름다운 터널길을 걸어면서 우린 여러 대화를 나눈다. 자연사랑과 건강과의 관계, 트럼프 관세정책의 전망, 미국의 제조기술 능력, 중국의 기술력과 한계, 대한민국의 재정 건전성, 포퓰리즘 정책 공약의 위험성, 연금개혁과 청년세대의 부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이점, 입만 열면 거짓말인 정치인의 우클릭 행보는 진심인가 등등.. 참으로 두서없는 대화들이지만 이것 또한 불확실한 인생 여정에서 소중한 그 무엇을 찾아가는 행위가 아닌지. 천(川)과 강(江)이 합류하는 가양엔 라이딩족, 낚시꾼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강건너 난지도와 멀리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을 바라보니 지난 걸음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지나온 모든 것이 소중함을 실감해본다.
오늘은 장장 19.8Km를 걷고 인증 스템프도 3개나 찍었다. 우린 마지막 봉산구간을 남겨두고 지금까지 걸었던 길에서 가졌던 소회도 일부 나누었다. 걸음이 끝나면 각자의 완성된 소회가 에필로그로 기록될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사랑은 인간의 가장 깊은 영혼.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한 구간 봉산길 걸음을 잘 마무리하고 우리 모두 지나온 길을 사랑했음 참 좋겠다. 인생 여정에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좋은 세상, 옳은 세상 만드는데 일조했음 더 좋겠다. 오늘은 24절기 중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 오늘 걸음이 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석수역~안양천상류(금천교~철산교~광명교)~구일역~안양천하류(오금교~신정교~목동교~염천교)~가양대교 남단(19.8Km, 4시간 50분 소요)
*(수명대장의 트레킹 평가) : 맑고 따뜻한 전형적인 봄날씨 속에서 봄꽃 흐드러진 안양천 뚝방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음. 평지길이라 당일 19.8km에 이르는 가장 긴 거리 트레킹을 실행했는데 그간 단련된 체력으로 잘 따라주어 고맙게 생각함. 트레킹 후 가양역에서 당산역까지 지하철로 이동, 희수가 소개한 맛있는 빈대떡집에서의 석식과 뒷풀이는 오늘 트레킹의 멋진 마무리였음. 이제 하나 남은 봉산걸음에서 아카시아 향기를 마음껏 맡아보세.
20250420,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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