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추수타작외 1점

도보사랑 2025. 5. 24. 09:14

추수타작외 1점

긍재 김득신의 풍속화를 몇 점 그리진 않았지만 화첩에 수록된 그의 그림들 모두 필선이 부드럽고 구성이 조화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원처럼 주체 대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주변 객체도 주체 못지않게 세밀하게 그려 함께 화폭에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느낌의 그림 두 점을 모사(模寫) 해본다.

'추수타작(秋收打作)'은 내가 작년 7월에 모사(模寫)해본 단원의 '벼타작'과 거의 유사한 그림이다. 등장인물이 6~7명으로 비슷하고, 나무둥치에 볏단을 쳐서 탈곡을 하는 모습도 거의 같다. 차이점은 이 타작 작업을 지켜보는 사람의 신분(단원의 그림에선 담뱃대를 입에 물고 누워 쉬고있는 양반, 긍재의 그림에선 점잖은 노선비)이 다르고, 긍재의 그림은 타작모습 뿐만 아니라 사람 형상의 느타나무와 닭 3마리를 벼타작 인물들 못지않게 세밀히 묘사함으로써 전체 그림이 조화롭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떨어진 알곡을 짚신으로 밟지않기 위해 전부 맨발, 볏단을 뒤로 젖히면서 나무둥치에 힘껏 내리치는 동작, 알곡 주위로 모여든 닭들이 추수의 기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고, 사람의 얼굴 형상으로 화폭 중앙에 서 있는 느티나무도 이 흥겨운 추수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단원이 등장인물의 얼굴 표정과 동작을 중시하는 것에 반해 긍재는 조연도 강조한다. 최대한 사람과 자연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것, 그것이 풍속화의 매력이 아닐런지..

'수하일가도(樹下一家圖)'는 한여름에 느티나무 아래에서 짚신을 삼고있는 주인공 남편과 물레를 돌리는 아내, 갓난 아기 등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내의 차림새와 짚신 삼는 자세엔 힘이 넘쳐나고, 어린 아이에게 슬쩍 눈길을 주면서 물레를 돌리는 아내에겐 자식사랑이 엿보인다. 그리고 부부가 경건한 노동을 하는 자리에 동참하는 듯이 사람 형상의 큰 고목나무가 화폭 중앙에 그려져있는데 마치 자연과 인간이 한 세상속에 묶여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신성한 노동의 가치가 더욱 빛이 나는 것 같다. 이틀 전 모사해본 '성하직구도(盛夏織履圖)'에서 짚신을 삼고있는 사내 뒤 노란 박이 열린 나무담장을 통해 받은 느낌과 동일하다.

난 당시대 세상 모습을 드러내는 풍속화에서 인간 삶을 자연과 더불어 더욱 리얼하게 그려내고자한 긍재의 사상이 그의 그림속에 숨어있다고 본다.

20250524, Song 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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