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산행(2019. 7.21, 일)
비가 조금 내리는 날, 어김없이 학오름 친구들은 계획대로 산에 올랐습니다. 우리 산행은 일기와 관계없습니다. 공지된 내용대로 다들 모여 그냥 걷는것입니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귀히 여기고 아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오늘 산행대장은 TG(태균), 제가 가장 좋아하는 3-9반 친구입니다. 남이 가보지 않은 코스를 사전 답사하고 스토리를 만들었네요.
청계산 윈터골- 청계골 옆구리 길 - 혈읍재 - 마왕굴 - 석기봉 - 전망대 -청계사 길을 걸으면서 TG는 설명합니다. 다른 산행객들이 가보지못한 길, 매봉을 오르지않고 옆구리길인 비밀의 길을 지나쳐 비오는 날 음습한 느낌이 드는 마왕굴이 있는 암흑의길을 거친후 만인을 자비로 이끄는 청계사 광명의길을 우리를 이끌었다고... 약 4시간 7Km을 걸은것입니다. 광명의 청계사에서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소나무 테크의 힐링길, 세속으로 내려오는 코스도 너무 멋졌습니다.
친구들을 의미있는 길, 아름다운 길, 나이들어 느낌을 갖도록 하는 길을 미리 답사하고 오늘 그 길을 인도해준 TG, 그 마음이 너무 고맙습니다.
걸으면서 우린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요.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이야기, 4차산업, 백제역사, 마누라 바가지, 8월 차마고도 해외산행 이야기 등... 그래도 40년전 고교시절 추억의 이야기가 제일 우리를 가슴뛰게 만들었습니다. 나이 들어도 우리들 마음은 아직 고교시절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날씨도 참 좋았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청계산엔 비안개가 짙게 깔려 마치 깊은 산중에 온것 같았고 바람도 시원하여 천계에서 산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후두둑 잎새를 때리는 빗소리가 정겨워 모자를 벗어 하늘을 우러러보며 비를 마음껏 얼굴에, 가슴에 받아들였습니다.
학오름 회장님은 저를 보고 史官이라고 하네요. 지나치는 코스에 어떤 역사가 숨어있는지 잘보고 기록으로 남기라고 命하네요. 전 역사에 흥미가 있지만 인간의 삶, 고통과 질곡의 과정을 거치지않은 역사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청계산엔 고려말 충신 송산 조견선생이 쉬어갔다는 곳이란외에 다른 특이한 역사적 사실이 없는 곳입니다.
친구 JW가 들려주는 노래가락이 산행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하나'. 노사연의 '바램'..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 흥얼거리다보니 김포 사는 친구가 오늘 산행후 마고노래모임을 결성해야겠다고 하면서 적극 행동으로 나섭니다.
하산해서 막걸리에 파전, 빈대떡, 돼지 바베큐, 온국수등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기분 좋을 정도로 취한 친구들을 위해 김포친구는 우리 동기중 최고의 가수, 79대학가요제 경북 최우수상을 받은 갑동이를 불렀네요. 한달음에 달려온 친구가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노래방에서 마음껏 우리의 추억을 회상했습니다.
'우리 늙어가는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간다'는 노사연의 노래 가사가 모두의 가슴속에 자리잡힙니다. 살아 간다는것, 내가 만드는 삶이 아니라 친구들이 가슴속깊이 사랑해주는 삶, 격려해주는 삶, 염려해주고 아껴주는 삶이 정말 아름다운 삶입니다.
평택 집으로 가는 전철안에서 오늘 산행소감을 적어봅니다. 태균, 오늘 고맙고 수고많았네. 형주 대전까지 잘 내려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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