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산행

속리산 단풍, 문장대

도보사랑 2022. 10. 30. 12:51

2022년 단풍놀이, 설악산 단풍이 아래 남쪽나라로 달려오기 시작하였기에 속리산은 얼마나 붉어졌을까..문장대까지 오르면서 감상하기로 했다. 보은에 도착할즈음 괴산일대에서 진도 4.1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속보가 떳다. 차속에서 감지하지 못했지만 여진이 계속되어 괴산과 가까운 속리산면쪽에도 영향을 주지않을까 조금 우려감을 가지면서 산행을 시작했다.

휴일이라 수많은 단풍인파가 몰린 속리산 입구. 정2품송부터 법주사 입구까지 차량과 인파가 넘쳐났다. 속리산 소형주차장(1일 주차비 5,000원)에 겨우 주차시키고 법주사 일주문 방향으로.. 이번 산행엔 집사람이 동행했다. 집사람이 지난 9월 담석수술이후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건강회복에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심장에 무리가 가지않도록 천천히 오르기로 했다. 

속리산에 온 이유는 단풍구경도 그렇지만 역사공부도 하기 위해서다. 초입 세조길엔 세종과 세조, 신미대사, 복천암의 역사가 있다. 세종의 한글창제에 있어서 등장하는 인물이 신미대사다. 세조는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복천암 암자에서 신미, 학조의 두 고승과 함께 3일동안 기도를 드린후 암자에 이르는 길목의 목욕소에서 목욕을 하고 피부병이 나아 이후 절을 중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얼마나 사실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조가 걸었던 길은 분명하고 지금도 많은 산행객들은 이 세조길을 통해 속리산을 오르고 있다. 

법주사에서 문장대까진 약 6KM거리다. 중간 휴식처인 세심정에 도달하기전 세조가 몸을 씻었다는 목욕소가 있다. 沼라기보단 그렇게 넓고 깊지않은 공간 주변 붉은 단풍이 아름답다. 세심정에서 나물밥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단풍을 구경하면서 오르는 산행길...

올해도 소리없이 다가온 가을이 깊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 산행은 언제나 겹겹이 쌓여있는 마음속 지꺼기를 소각시켜준다. 많이 가지길 원하지말고, 남은 시간들을 보람있게 보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의 존재로 남겨지고, 자식들에겐 부끄럼없는 부모가 되고, 건강을 지키면서 항상 부지런한 인간이 되고, 사유하고 통찰하면서 삶의 깊이를 더해가고, 생이 끝나선 부모님께 최선을 다해 잘살아왔다고 告하면 좋겠다는 생각들이다. 

문장대(1,054M)에 이르기전 가파란 약 1.5KM거리에서 집사람이 힘들어했다. 심장에 무리가 가지않도록 몇번이고 쉬면서 올랐다. 문장대에서 바라본 전망은 환상 그자체였다. 맑은 가을하늘아래 펼쳐진 비경을 사진에 담아보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1,000미터가 넘는 고지를 집사람과 함께 오르긴 처음이기에..  남은 길을 걸어감에 있어서 오늘과 같이 아름다운 산행길을 함께 걸을수있기를 소망해본다. 

2022년 속리산 단풍이 안겨준 선물에 감사하다.  

 

- 세조길에서 역사상상 -

불교에선 인연과 業(業報)을 중시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옷깃만 스쳐도 전생의 인연으로 보고 生과 死, 행과 불행의 세계 
엔 과거 또는 전생의 소행으로 인한 과보가 존재한다고 본다.
 

가을단풍이 아름다운 속리산에 와서 뜬금없이 이러한 생각을 하게됨은 이곳에 세조길이 있기때문이다. 세조길은 세조가 이곳 속리산에 와서 그의 스승 신미대사가 은거해있던 복천암까지의 순행길이다. 실록에는 세조가 궁을 나와 행차했던 곳으로 온양(온천행궁), 속리산(세조길), 오대산(선재길)이 기록되어있다. 모두 그의 피부병 치료와 관련되어있다.

이곳 속리산에선 정이품송 아래 설치한 막사에서 신미대사를 맞이하여 어의를 주었고, 법회를 열기위해 복천암에 이르는 길 도중에 있는 작은 沼에서 목욕을 했다는 설이 있다.
 

성리학의 조선에 있어서 세조가 불교와 인연을 맺은것은 부왕 세종의 영향이었지만 재위말년에 佛心이 깊어진것은 그의 과거 소행때문이라 생각된다.

단종1년에 일어난 계유정난, 세조는 김종서, 황보인등 많은 신료들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했다. 조선 건국초기 臣權정치에 반대하고 왕권을 강화하고자 정도전을 죽이고 왕자의 난까지 일으킨 할아버지 태종과는 달리 세조의 왕위찬탈은 명분이 부족했고 지나치게 私慾이 앞섰다는것이 정설이다.
 
살육행위를 서슴치않고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며 사약까지 내린 숙부의 심정은 온전했을까. 왕은 되었지만 악행 업보로인한 고통은 그의 가슴속에 佛心을 심어주었을것이다.
이곳 목욕소에서 씻은것은 피부고름이 아니라 업보의 무게였을것이다.
 
세조길 초입에서 문장대까진 약 7.5KM거리다.
세심정과 복천암을 지나 문장대 가는길은 가파르다. 짙게 물들어가는 단풍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마치 속세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그래서 俗離山으로 불리운것인가.
 
올해도 가을은 소리없이 다가왔다. 세조길에서의 역사상상에 이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보는 산행길, 이번 1,000고지가 넘는 문장대까지의 걸음엔 처음으로 집사람이 동행했다. 함께 걸을수 있음이 고맙고, 자연속에서 사유할수있는 이런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다.
 
문장대에서 바라본 전망은 환상 그 자체였다. 맑은 가을하늘아래 펼쳐진 비경을 가슴에 담아보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오래 머물수있는 추억과 선한 업보로 점철된 삶이되기를 소망해본다.
 
 
 

세조가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목욕소
바위위에 뿌리를 내리고있는 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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