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등정(2023. 1. 14, 토)
오늘의 날씨는 흐리고 약간의 비. 예산과 서산의 경계지역에 있는 가야산은 100대 명산중 하나로 경사가 심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다른 어떤 산보다 좋다고 했다. 덕산에서 물빛이 짙은 옥계저수지를 지나면 상가리마을이 나타나고 가야정맥에서 흘러내리는 좌우 산허리 사이 얕은 구릉엔 그 유명한 남연군묘가 있다. 4년전 3월에 남연군묘에 와서 조선말 쇄국양이의 역사를 상상해본적이 있다. 흥선대원군, 고종, 민비, 오페르트 도굴사건 등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오로지 체력을 단련하는 산행이 목적이다. 산사나이 친구는 수덕사 덕숭산, 예산 가야산, 홍성 오서산, 내포 용봉산만
다녀오면 금북정맥 충남의 명산은 거의 다 가본것이라 했다. 지난주에 덕숭산에 갔었고 4년전엔 용봉산을 다녀왔으니 오늘 가야산만 일주하면 오서산만 남게되네.
상가리에서 남연군묘 옆을 지나 석문봉쪽으로 올랐다. 중간 옥양폭포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겨울인데도 얼지않고 소리도 크고 장쾌하다. 석문봉(653m) 정상에 서니 운무가 자욱하여 발아래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사자바위~소원바위~거북바위를 지나 가야봉으로 능선길을 탄다. 바위위에 늠름하게 뿌리를 내린 푸른 솔은 정몽주의 일편단심, 안중근의 위국헌신의 혼을 보는듯하다.
가야산 최고봉인 가야봉(678m)에 서니 불현듯이 구름안개가 걷히고 환상적인 광경이 나타난다. 사진을 얼른 찍어 친구에게 보내니 친구는
" 대박! 산은 항상 이렇게 보답한다.
힘들게 오른 만큼 더 큰것을.. "
이래서 산을 오르는가 보다. 옆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시는 분은 새벽에 서울 서초동에서 오셨다는데 오를땐 힘들었지만 가야산에 오길 잘했다, 새해 정말 좋은 선물을 받았다면서 기뻐한다. 산은 무한정 내어주고, 누구나 가지고있는 힘듬과 아픔을 보듬어주는 참 좋은 친구!
상가리저수쪽으로 하산하면서 저수지와 멀리서 보수공사를 하고있는 남연군묘, 이 명당을 품고있는 상가리마을 풍경을 담아본다. 토종꿀을 생산하고 계시는 어르신네와 이야기도 나누고 벌통과 정겨운 흙벽집도 사진에 담았다. 오늘 산행거리는 총 9.5Km.
돌아오는 길에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과 보원사지를 찾았다. 유홍준교수가 서해쪽에서 백제부터 조선까지 문화를 한꺼번에 보려면 "추사고택(조선)~마애여래삼존상(백제, 통일신라)~보원사지와 개심사(백제, 통일신라, 고려)를 패키지로 보면 가능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마애여래삼존상에 이르는 짧은 길이 참 고즈넉하고 좋다. 삼존상은 모두 잔잔하면서도 우아한 백제미소다. 아침, 저녁 빛이 비추는 방향에따라 미소의 크기도 달라진다고한다. 3불상이 암벽내 80도 각도로 조각되었기 때문이다. 정밀한 과학예술로 여래상을 빚은 선인들의 예술혼!
보원사지는 당시의 모습을 되살리기위해 온통 보수중이다. 저녁 안개속에 갇혀있으면서 덩그러니 서있는 당간주와 몇그루 고목들, 절터에서 나온 돌무덤들이 빚어내는 분위기는 사라져간 고사찰의 역사를 말해주는것같다.
처음 등정한 가야산, 덤으로 얻어본 문화산책. 허벅지가 뻐근하면서도 정신은 오히려 맑아졌다. 종일 흐리고 뿌연 안개속 길을 조심스럽게 달리며 귀가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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