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천풍경 고성에서 무려 8점을 그린 단원은 발길을 금강산 방향으로 돌린다. 단원은 정조가 금강산의 비경이 보고싶어 자신에게 그 비경을 화폭에 담아오라고 명을 내린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단원은 이제 곧 금강산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하면서도 그의 걸음은 왕명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으리라 생각된다. 난 이전 글에서 '금강사군첩'에 수록된 그림들이 합리적인 걸음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금강산 지역에선 더 그러함을 발견한다. 수록 순서를 따르면 통천에서 내금강 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통천쪽으로 나와 그림을 그린 것이 된다. 내금강 내(內)에서도 합리적인 행로를 택했는지 가늠할 수도 없다. 그래서 수록 순서와 관계없이 통천 지역에서 그린 비경 3점(옹천, 총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