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370

그림은 통속과의 대화2

그림은 통속과의 대화 울산바위에 대한 나의 글에 산을 사랑하시는 분이 '울산바위는 설악산의 보물이라며 2년 전 여름 아침에 찍은 울산바위의 모습'을 보내주셨다. 무척 감사하다. 그림, 사진 한장을 통해 이심전심이 되는 것, 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인가. 단원 김홍도의 작품 세계 탐색을 이제 그만 해볼까 생각하다가 끝도 없는 수많은 그의 그림을 보다가 토, 일 이틀간 3작품을 그려보았다. '군선도', '춘절야유도', '투전도'이다. 3작품 모두 흑백의 수묵화가 아닌 황색 계통의 옅은 채색 그림이기에 나의 상상력도 자극을 받아 붓펜과 색연필에 더 힘이 들어갔다. 그림의 사실성이 떨어지더라도 나도 모르게 다른 색을 가미하여 진하게 색칠하는 이유는 그림이 주는 강한 임팩트 때문일 것이다. '군선도'의 이..

세상이야기 2024.08.11

소림야수도(疏林野水圖)

소림야수도(疏林野水圖) 3주 전에 동해바닷가 '금호설악'에서 1박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시원한 동해와 장엄한 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도시는 속초다. 산행을 하지 않고 눈으로 산을 즐기려면 설악 울산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숙소를 정하면 된다. YS가 대통령 때 교육부장관을 역임하신 안병영교수는 집 서재에서 24시간 울산바위를 볼 수 있는 영랑호 가까운 곳에 인생 2막의 터전을 마련하여 그곳에서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을 글로 남기곤 했다. 글엔 서재 창문을 열면 울산바위를 바라볼 수 있어 사색할 수 있고, 부인과 자주 산책하는 영랑호에 대해선 지구상 최고의 비경을 가진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자주 하셨다. 경치로 따지면 어찌 영랑호가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 금방이라도 요..

세상이야기 2024.08.09

대비되는 그림 두 점

대비되는 그림 두 점 병아리를 훔쳐 달아나는 검은 고양이, 이에 놀라 날개를 퍼득이는 어미닭, 마루에서 담배를 피우다 고양이를 잡으러 급히 달려나가다 넘어질 듯한 남자,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의 표정도 그러하지만 도망가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모습이 참 재미있다. 이 생동감과 해학 넘치는 그림, '야묘도추(野猫盜雛)'는 긍재(兢齋) 김득신(金得臣)의 작품이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을 연습하다 김득신의 그림을 그려본 것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실적인 영상을 보는 것 같은 이 그림이 마치 단원의 그림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득신은 조선 최고 명문 화원 집안 출신으로 당시 정조는 김득신에 대해 “김득신은 김홍도와 더불어 백중하다”라고 했을 정도로 그림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단원의 ..

세상이야기 2024.08.09

기자 이진숙

기자 이진숙 며칠 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이진숙 위원장이 언론에 계속 오르내린다. 그녀가 화제의 인물로 세인의 관심을 받는 것은 청문회시 보여준 그녀의 강단, 이념 성향, 방송 정상화에 대한 소신보다 과거 종군기자로서 전쟁의 현장에서 투철한 직업의식을 보여준 그녀의 삶 때문일 것이다. 그녀를 보면 한국전쟁 당시 전장을 종횡무진한 미 여성 종군기자 히긴스(Higgins)가 떠오른다. 종군 기자(War correspondent)는 말그대로 전쟁과 같은 무력 분쟁 지역에서 사건, 사실을 취재하여 신문, 잡지, 방송 등에 기고하는 언론인이다. 포화가 작렬하는 위험한 곳에서 전쟁의 양상, 인간의 삶과 죽음을 사실그대로 취재하여 세상에 알리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지 않고선 그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기사를..

세상이야기 2024.08.04

호랑이 그림 이야기

호랑이 그림 이야기 심규섭의 글, ‘아름다운 우리 그림’엔 호랑이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에는 대략 5,000여 마리의 호랑이가 살았다고 추정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했던 호랑이는 두 종류이다. ‘참호랑이’라고 부르는 줄무늬 호랑이와, ‘개호랑이’로 부른 점박이 호랑이, 이른바 표범이다. 이 중에서 표범이 줄무늬 호랑이보다 개체 수가 대략 3~4배 정도 많았다. 이렇게 많은 호랑이가 서식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산이 많으며 골짜기가 깊고 먹이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조선 땅은 호랑이에게 천국 같은 곳이었다. 백성들은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 호랑이와 싸웠다. 둘 다 먹고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호랑이와의 일대 전쟁을 벌였다. 병조에서 아뢰기를, '착호갑사는 당번, 하번을 모두 20인으로 정하..

세상이야기 2024.08.04

김홍도 그림연습 소감 3

김홍도 그림연습 소감 3 김홍도 그림 19점 연습에 이어 추가 16점을 그려보았다. 풍속화 6점(점심, 담배썰기, 편자박기, 그림감상, 송석원시사야연도, 안릉신영), 산수풍경화 6점(화조도, 선유도, 주상관매도, 설중방우, 매작도, 경포대), 인물화 4점(김홍도, 미인화장, 비구니, 염불서승도)이다. 어떤 유형의 그림이든 단원의 그림은 사실성이 뛰어나다. 세밀한 묘사로 실제 대상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풍속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표정이 전부 다른 것을 볼 때 같은 장소, 같은 사건의 현장이더라도 그림속 인물들의 감정 차이를 세밀히 읽고자하는 단원의 깊은 감수성을 엿보게된다. 예를 들어, 앞서 그려 본 '무동'을 보면 춤추는 아이(입은 옷은 내가 임의로 붉은색으로 색칠) 와 악사 여섯 명..

세상이야기 2024.08.02

재미있는 '게(蟹)'그림 두 점

재미있는 '게(蟹)'그림 두 점 단원 김홍도의 스승 강세황은 '단원기'에서 "(김홍도는) 못 그리는 것이 없다. 인물, 산수, 신선, 부처, 꽃과 과일, 동물과 벌레, 물고기와 게 등이 모두 묘한 경지에 이르러, 옛사람과 비교해도 거의 대항할 만한 자가 없다"라고 했다. 여기서 언급된 게(蟹) 그림은 어떤 모습인지.. 단원의 작품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엔 게 두 마리가 갈대를 두고 싸우고 있는 모습이 있는데, 그림 옆에 '바다 용왕이 계신 곳에서도 옆으로 걷는다(海龍王處也橫行)'라고 써있다. 단원은 이 그림을 받는 사람에게 '권력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말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장승업의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란 작품에도 게 그림(세 마리 중 한 마리는 색깔이 다르..

세상이야기 2024.07.24

김홍도 그림연습 소감 2

김홍도 그림연습 소감 2 하루에 한 점씩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연습해보는데 어떤 날은 거의 동일한 소요 시간에 2점씩 그려지기도 한다. 신윤복의 그림에 비해 대체적으로 한 그림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단원의 그림엔 서민들의 인간미와 서정성이 짙게 묻어있다. 처음 8점을 그려 보았을 때 느낀 소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려야 할 사람들이 많음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고 붓펜 가는대로 어색함 없이 그려지는 것은 소탈, 소박함이 내재되어 있는 단원 그림 특유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만약 화폭에 격식, 엄숙, 비장감이 스며있다면 마음이 움츠려들고, 손도 경직되어 선을 속도감있게 긋지 못할 것이다. 11점을 더 연습하여 총 19점. 빨래터, 서당, 무동, 우물가, 벼타작, 논갈이, 길쌈, 행상, 자리짜..

세상이야기 2024.07.21

올드 랭 사인

올드 랭 사인 오늘은 '올드 랭 사인'의 가사를 쓴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가 사망한 날. 역사학자이며 시인, 화가인 친구가 시인이 작고한 날을 맞이하여 쓴 글을 보내주었네요. 허락 받고 올리는 글이니 일독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전 이 글을 받고 짧은 답장을 보냈습니다. '아주 좋은 글 보내주어 감사하오. Old long since의 모든 역사가 담겨있네. 因과 緣이 잠깐 만나 서로 相을 이루다 어느 순간 흩어지는 삶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는 가사와 곡. 그래서 인간의 감성이 빚어낸 예술은 위대한 것 같네.' 시인 로버트 번스와 올드 랭 사인 雲靜, 仰天2024. 7. 21. 11:32 1796년 7월 21일 오늘, 스코틀랜드의 서정시인(lyrical poet)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

세상이야기 2024.07.21

시조집 '수렴의 시간'

시조집 '수렴의 시간' 주말 넉넉한 시간에 단원의 그림 3점(대장간, 마상청앵, 노상파안)을 그리다 택배 초인종 소리를 듣고 받아본 귀한 시조집, 최성자 시인님의 '수렴의 시간'. 그림 연습을 마치고 시조집을 손에 들고 읽어내려 간다. 시인의 서두 말씀이다. '시조를 쓰는 날, 하나의 상처가 아문다. 하다 만 사랑이 완성된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나눈다. 과거와 미래가 지금이 된다. 그렇게 규칙적인 심장 소리에 맞춘 마음, 화양연화(花樣年華) 한 권이 되었다'. 화(花)의 첫 시조, '아침'부터 감동이다. '껍데기 벗어던진 한밤을 치러내고 무향의 하얀 알몸 방안 가득 앉았네 몽롱이 실눈을 뜨고 맞이하는 반가움' 새날을 맞이하는 감흥을 노래하듯이 읊을 수 있구나. 부드러운 운율을 타고 쉽게 시조를 읊어가..

세상이야기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