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370

통천에서 놓친 그림을 그리고..

통천에서 놓친 그림을 그리고.. 통천의 비경을 담은 그림 한 점을 또 놓쳤다. 단원이 총석정을 그린 후 다른 방향에서 총석정을 바라보면서 그 너머에 있는 정자를 그린 그림, '환선정'이다. 단원은 통천에서 옹천, 총석정, 시중대, 환선정을 그리고 본격적인 금강산 탐방에 나선다. 먼저 '환선정(喚仙亭)'을 연필로 그려본다. '환선정은 통천군 고저읍 총석리 바닷가 총석정 맞은편에 있는 정자이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정자에 앉으면 신기한 모양의 돌기둥을 이룬 주상절리와 함께 탁 트인 동해바다를 바라볼 수 있어서 금강산 유람에 빠지지 않는 명소로서, 이 주변 경관을 '통천금강(通川金剛)’이라고도 불렀다한다. 주변의 절경이 신선을 불러들인다고 하여 부를 '환(喚)'자의 정자명을 붙였다. 단원은 총석정과 멀리 금..

세상이야기 2024.09.27

통천풍경

통천풍경 고성에서 무려 8점을 그린 단원은 발길을 금강산 방향으로 돌린다. 단원은 정조가 금강산의 비경이 보고싶어 자신에게 그 비경을 화폭에 담아오라고 명을 내린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단원은 이제 곧 금강산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하면서도 그의 걸음은 왕명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으리라 생각된다. 난 이전 글에서 '금강사군첩'에 수록된 그림들이 합리적인 걸음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금강산 지역에선 더 그러함을 발견한다. 수록 순서를 따르면 통천에서 내금강 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통천쪽으로 나와 그림을 그린 것이 된다. 내금강 내(內)에서도 합리적인 행로를 택했는지 가늠할 수도 없다. 그래서 수록 순서와 관계없이 통천 지역에서 그린 비경 3점(옹천, 총석정..

세상이야기 2024.09.24

사별한 친구에게

병환아. 창문을 여니 찬 바람이 확 들어온다. 무더웠던 여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불쑥 가을이 다가왔다. 늘 우리곁에 머물면서 때가 되면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이 올핸 익숙하지 못한 모습으로 찾아온 것 같은 느낌. 어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는 고향은 더 그러한 기운이 감돌 것 같다. 마음의 각오는 해 왔겠지만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평생 짝을 떠나보낸 그 황망함과 아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무사히 발인까지 마치고 친구들에게 담담한 마음을 전해준 것, 고맙기도 하지만 외로움이 더 묻어나오는 것 같아 가슴 아팠다. 여기 일땜에 빈소에 직접 가서 조문하지 못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 송경호에게도 연락이 왔었다. 힘든 차표를 구해 빈소를 찾아 준 경호에게 고마움을 대신 전하니 마음이 조금은 ..

세상이야기 2024.09.21

고성풍경 4점

고성풍경 4점 설악산을 떠난 단원은 고성땅에 들어선다. 고성은 남북 해안선과 동서 내륙으로 꽤 넖은 공간을 가진 땅이다. 송지호, 화진포, 거진항을 거쳐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이 눈에 선하다. 푸른 동해바다, 눈부신 모래사장, 넓고 잔잔한 석호, 무리지은 해송들, 모양도 다양한 해안 기암들, 내륙쪽 웅장한 산들.. 북으로 가는 길에 펼쳐지는 내가 본 고성땅 풍경이다. 단원도 말을 타고 가면서 똑같은 풍경을 가슴에 담았을 것이다. 이 고성땅에서 단원은 무려 7점의 그림을 그렸다. 이 중 5점은 북한 땅에 위치하고 있는 비경들이다. 남쪽에 있는 2점(청간정, 가학정)과 휴전선 넘어 북쪽에 있는 2점(대호정, 해산정)을 먼저 그려본다. 연필로 그려보면서 단원이 느껴보지 못한 나만의 감흥을 가져본다. 갈라진 남북..

세상이야기 2024.09.20

설악산 비경 3점

설악산 비경 3점 양양에서 낙산사와 관음굴을 그린 단원은 발길을 북으로 돌려 속초에 이르러 설악의 비경 3점을 그렸다. '금강사군첩'엔 토왕폭-와선대-계조굴 순서로 수록되어 있다. 토왕성폭포를 먼저 모사해본다. '토왕폭(土王瀑)'은 외설악에 위치하고 있는 약 320m 길이의 3단 폭포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은 비룡폭포와 육담폭포를 지나 쌍천으로 흐른다. 평소에는 물줄기가 잘 보이지 않다가, 비가 올 때나 비가 온 직후에 뚜렷한 물줄기가 나타난다. 난 2019년 비룡폭포까지 오른 적이 있는데 그때 토왕성폭포 전망대까지 더 올라갔으면 이 폭포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단원이 토왕폭을 화폭에 담은 장소가 어디인지 궁금해진다. 그림엔 문주봉, 보현봉, 석가봉, 노적봉 등 토왕폭 주위 모든 봉우리가 선명한 모습..

세상이야기 2024.09.17

고향 방문

고향 방문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대를 택하여 고향을 찾아 먼저 부모님께 인사드린다. 망자들이 누워있는 공원묘지가 아늑하게 보이는 것은 부모님이 누워계시고 고향땅이라서 그런가보다. 모교를 방문하여 48년 전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벚꽃 활짝피는 담벼락, 정문, 고목나무, 연못, 3층 제일 좌측 1-10반 교실, 2층 도서관.. 리모델링된 건물이지만 기억속 그때 그 모습이다. 집이 있었던 문신 추산공원에서 학교로 걸어다녔던 그길로 차를 몰아 가본다. 마르지 않았던 우물 몽고정, 그옆 몽고간장 공장, 기찻길, 부정선거에 항거했던 3.15의거탑도 그대로 있네.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가고파의 추억이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귀가는 지리산 풍경을 보고자 대진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그전에 함안을 거쳐 의..

세상이야기 2024.09.15

양양풍경 2점

양양풍경 2점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전 양양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단원의 '금강사군첩'을 펼쳐 양양 풍경 2점(낙산사, 관음굴)을 그려보았다. 단원은 울진에서 관동 8경 중 최남단에 있는 월송정을 그린 후 발걸음을 북쪽으로 돌린다.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 북상하면서 금강산으로 빨리 가고자 했던 마음이었을 것이나 관동 8경의 하나인 양양 낙산사를 어찌 지나칠 수 있었으랴. 낙산사는 신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킨 3년 후인 671년(신라 문무왕 1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3국 통일의 위업을 관음상에 고스란히 새겼으리라. 단원이 그린 그림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는다. 많은 수(數)의 가람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쌓인 넓은 부지에 세워져있다. 사찰로 들어가는 길엔 작은 성벽과 통문도 있으며 동해바다엔 붉은 해가..

세상이야기 2024.09.15

울진풍경 3점

울진풍경 3점 강릉에서 남쪽으로 발길을 돌린 단원은 삼척에 이르기 전 추암에서 '능파대(추암 촛대바위)'를 그리고, 삼척에선 관동 제일의 누각인 죽서루를 화폭에 담았다. 고려 및 조선 최고의 문인들이 시와 글로 그 비경과 역사를 노래한 죽서루에 선 단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오십천 건너 서쪽에서 강, 기암절벽, 누각, 멀리 산까지 담은 단원의 죽서루 그림은 그때 그가 느꼈던 감흥을 잘 말해주는 듯 하다. 단원이 삼척아래 울진에서 그린 그림 3점(망양정, 성류굴, 월송정)을 모사해본다. 망양정(望洋亭)은 동해의 만경창파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언덕에 세워져있다. 원래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 해변 언덕에 있었는데 어느 시기인지 모르지만 잠시 현종산 기슭으로 옮겼다가 철종 때(1860년) 다시 지금의 자리로 ..

세상이야기 2024.09.11

강릉풍경 3점

강릉풍경 3점 단원은 오대산 월정사에 머물면서 4점(중대, 월정사, 상원사, 史庫)을 화폭에 담았다. 이 중 '중대'를 제외한 3점을 모사해 보았다. 월정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석가모니 진산사리를 모신 곳으로, 한국불교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중대 (오대산중대적멸보궁)'는 제일 마지막에 그려보기로 한다. 그 이유는 단원의 그림세계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종교적 신념을 '중대'를 그려보면서 느껴볼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중대'는 금강사군첩에 담긴 모든 화폭들의 응축물, 단순한 적멸보궁의 모습이지만 단원이 그 어떤 그림보다도 깊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그렸을 것이라 단언해본다. 단원은 오대산에서 나와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내려오면서 구산서원, 경포대, 호해정을 그렸다. '구산서원'..

세상이야기 2024.09.09

오대산 그림 3점

오대산 그림 3점 단원 김홍도는 진부에서 '청심대'를 그리고 대관령 고개를 넘기 전 오대산에 있었다. 월정사에 머물면서 월정사, 상원사, 사고(史庫)를 그렸다. 얼마만큼 체류했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 체류기간 중 매일 새벽 예불에 참석하고 전나무 숲도 걸었을 것이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깊은 사찰이다. 난 7년 전 겨울 늦은시간에 속초에서 귀가하는 길에 잠깐 이 월정사를 찾은 적이 있다. 흰눈이 내린 월정사는 설국이 되어있었다. 고요함을 깨는 독경소리,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개울 물소리, 간간이 전나무숲에서 떨어지며 휘날리는 눈가루가 잊혀지지 않는다. 3년 전엔 동해로 가는 길에 다시 월정사에 들러 영상을 찍은 적이 있는데 두 번 다 월정사에서 약 20리 거리..

세상이야기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