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370

김진명의 '풍수전쟁'을 읽고

김진명의 '풍수전쟁'을 읽고 소설은 (윤)대통령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문자,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와 일제 식민지시대 '조선의 풍수'란 책을 발간한 무라야마 지준의 스승 다이이치가 조선에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저주를 걸기 위해 묵지 위에 쓴 여덟 자의 검붉은 글씨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執萬縮高鮮)'이란 글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소설의 두 주인공(대통령실 근무 김은하수와 인문학 공부만 해온 백수 이형연. 두 사람은 대학 동기다)이 이 의문스런 두 글의 뜻과 그 비밀을 캐 나가는 과정은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기회가 되면 직접 책을 읽어가면서 상상을 동반하여 그 재미를 맛보면 좋겠다. 단지, 이 소설이 갖는 주제, 즉 작가가 독자 또는 (윤)..

세상이야기 2024.05.30

새우

새우 '프레스트 오늘, 숲'에서 점심으로 새우탕 쌀국수를 먹었다. 짙은 고수 향이 나는 그릇에서 요리된 새우를 꺼내 접시에 담으니 다른 부위보다 새까만 새우 눈이 먼저 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새우 눈을 그리고 싶어 한 컷을 찍었다. 혜원 신윤복 그림이 아닌 생물 그림 연습. 나도 모르게 수채화처럼 자꾸 덧칠을 한다. 간결한 선 위주의 풍속도와 달리 색칠이 더해져야 생물의 느낌이 살아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미술을 전공한 친구는 말했다. "미술과에 들어가면 맨 먼저 하는 게 데생과 세계 명화 모사(模寫). 그러다 어느 정도 감각이 다듬어지면 실제 실물을 보고 그린다"고. 찍어온 사진 속 생물을 그려보는 것인데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 색감을 더 주고자 붓펜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

세상이야기 2024.05.18

허균의 패기와 당당한 기개

허균의 패기와 당당한 기개 남쪽으로 두 개의 창문이 있는 손바닥만한 방 안 한낮의 햇볕 내려 쪼이니 밝고도 따뜻하다 집에 벽은 있으나 책만 가득하고 낡은 배잠방이 하나 걸친 이 몸 예전 술 심부름하던 선비와 짝이 되었네 차 반 사발 마시고 향 한 가치 피워 두고 벼슬 버리고 묻혀 살며 천지 고금을 마음대로 넘나든다 사람들은 누추한 방에서 어떻게 사나 하지만 내 둘러보니 신선 사는 곳이 바로 여기로다 마음과 몸 편안한데 누가 더럽다 하는가 참으로 더러운 것은 몸과 명예가 썩어 버린 것 옛 현인도 지게문을 쑥대로 엮어 살았고 옛 시인도 떼담집에서 살았다네 군자가 사는 곳을 어찌 누추하다 하는가. 허균은 손바닥만한 방이 됐건 됫박만한 방이 됐건 또는 게딱지 같은 집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주어진 비좁은 공간에서..

세상이야기 2024.05.17

작약

작약 일주일 전부터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림 그리기다. 유화나 수채화가 아닌 붓펜과 색연필로 옛 화가의 그림을 마치 필사(筆寫)하듯이 스케치한 후 붓펜으로 그려보는 것. 민화나 풍속도를 그리고 싶어 먼저 신윤복 그림을 연습으로 그려본다. 그리는 시간 동안엔 잡생각 없이 집중할 수가 있어서 참 좋다. 아내는 핸드폰 만지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그림 그림기가 보기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붓펜을 가까이하면 좋겠다고.. 며칠전부터 꽃 좋아하는 아내가 전북 임실 작약축제에 가보자고 조르더니 오늘 늦은 시간에 '평택호 부근 마안산 작약밭이 좋다'는 아파트 맘카페 소식을 접하고 얼른 가자고해서 늦은 시간(18시)에 그림 그리다말고 다녀왔다. 마음 넉넉하게 보이는 작약밭 주인, 61년 전에 태어난 이곳에서 꽃나..

세상이야기 2024.05.13

쑥떡

쑥떡 화성 배미농장에서 뜯은 쑥으로 가까운 안성 원곡 방앗간에 가서 떡을 만들었다. 말그대로 쑥떡. 절편과 인절미 두 종류 중 인절미를 택하니 콩고물도 함께 준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낱개로 2박스, 총 72개. 찹쌀로 만들어서인지 먹어보니 쑥향기에 넘 맛있다. 냉동실에 보관하여 산행, 여행 다닐 때 간식으로 먹으면 좋을 듯. 당장 이번 주 서울 둘레길 트레킹시 친구들에게 맛을 보여주어야겠다. 쑥이 보약이라! 며칠 전 알콩달콩, 쑥덕쑥덕 두 분이 재미있게,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선배님이 고향 농장에서 뜯은 쑥으로 만든 떡을 보고 군침이 돌아 나도 실행에 옮겨보니 그 향과 맛이 오롯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모름지기 앞서가시는 훌륭한 분들 그림자만 따라가도 절반은 성공. 봄의 쑥향기가 사라지기전에 청정한 곳에서..

세상이야기 2024.05.10

등단 축하 꽃

등단 축하 꽃 문예지에 제출한 수필 2편(상림과 가조도, 난중일기를 읽고)에 대해 지난 2. 13일 보내온 '당선 통보서'에 이어 어제(4. 20, 토) 계룡도서관 인산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수필가로서 저의 등단을 축하해주는 신인문학상 수상식이 있었습니다. 이미 등단하신 작가님들이 보내주신 귀한 축하 선물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연인' 대표님의 파카 만년필은 앞으로도 부지런히 글을 쓰라는 의미겠지요. 멀리 남쪽 꽃농장에서 재배한 싱싱하고 예쁜 꽃들은 오늘도 집 거실에서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군요.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맑은 마음과 순수 이성을 견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당선 통보에 이어 프로필, 사진과 함께 보내달라는 당선 소감과 어제 수상식에서의 저의 소감입니다. [ ..

세상이야기 2024.04.21

22대 총선 전 날

22대 총선 전 날 캠프 험프리스가 위치한 평택시 팽성읍엔 조선 시대 평택현 관아(官街)의 주산인 부용산이 있다. 이곳의 간략한 지역사는 아래와 같다. "평택현은 객사리에 옵치(治)를 두고 팽성읍 대부분을 담당했다. 삼국시대에는 하팔현(河八縣)으로 불렸으며 고려 때 평택현 (平澤縣)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1895년 갑오개혁 때 직산군 경양면 지역인 본정리, 노양리, 신대리 일대를 편입하면서 현재와 같은 행정구역을 갖게 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진위군에 통합되면서, 부용면과 서면으로 나뉘었으며, 1934년 두 면(面)을 통합하여 팽성면 (彭城面)이라고 했다. 팽성 (彭城)은 평택현의 별호(別號)이다. 객사리는 평택현의 옵치이다. 조선시대에는 읍내면 대정리, 향교리, 객사리, 빙고리였다가 19..

세상이야기 2024.04.10

여백서원의 꿈

여백서원의 꿈 여주 강천면 가장 긴 골길에 위치한 여백서원(如白書院)은 한평생 괴테를 공부하신 전영애 교수가 지은 서원이다. 아름드리 나무들은 아니지만 싱그러우면서도 소박한 느낌을 주는 숲이 서원을 감싸고 있다. 약 3,200여 평의 서원엔 여백재(如白齋), 시원(詩苑), 시정(詩亭), 예정(藝亭)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엔 건너편 숲속에 '젊은 괴테의 집'도 세워졌다. 며칠 전 이 괴테할머니 전영애 교수의 파우스트 강의 영상을 본 뒤 찾아보고 싶었던 여백서원. 일찍부터 독일로 유학, 한평생 괴테를 연구한 학자의 삶과 노년 꿈은 어떤 모습일까, 고향도 아닌 이곳에 연구소가 아닌 서원을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1951년에 태어난 인문학자 전영애 교수의 고향은 서원이 많은 선비의 고장, 영주다. 서양에..

세상이야기 2024.04.01

느낌

느낌 난 오늘부터 저수지를 방죽으로 부르기로 했다 역사의 옛길에도 방죽이라 했다 방죽, 소박한 느낌의 언어 이제부턴 소사벌 배다리 방죽이다 방죽에 젖어드는 어둠이 덤불을 헤쳐 질펀한 진흙을 밟으면 오색 빛이 드리운 잔잔한 물속 요정이 고요속에 깨어나는 느낌 오후 늦은 비에 떨어진 개나리엔 옅은 물감이 번진다 갈색 나무로 만든 인간의 길에 물과 빛이 만든 오묘한 색채 바보처럼 오늘도 나왔다 무엇이 나를 방죽으로 불러냈나 걸으니 모든 생명이 숨을 쉰다 어지럽던 마음이 순해지려한다 어떻냐 하얀 목련이 바람에 흔들리는 밤 이런 시간이 주는 느낌이 좋으면, 감흥이 스치면 한 줄의 글이라도 남겨봄이 *어젯밤 우산을 들고 산책에 나섰으나 비는 그치고 바람이 조금 불었다 20240329, Song s y

세상이야기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