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371

느낌

느낌 난 오늘부터 저수지를 방죽으로 부르기로 했다 역사의 옛길에도 방죽이라 했다 방죽, 소박한 느낌의 언어 이제부턴 소사벌 배다리 방죽이다 방죽에 젖어드는 어둠이 덤불을 헤쳐 질펀한 진흙을 밟으면 오색 빛이 드리운 잔잔한 물속 요정이 고요속에 깨어나는 느낌 오후 늦은 비에 떨어진 개나리엔 옅은 물감이 번진다 갈색 나무로 만든 인간의 길에 물과 빛이 만든 오묘한 색채 바보처럼 오늘도 나왔다 무엇이 나를 방죽으로 불러냈나 걸으니 모든 생명이 숨을 쉰다 어지럽던 마음이 순해지려한다 어떻냐 하얀 목련이 바람에 흔들리는 밤 이런 시간이 주는 느낌이 좋으면, 감흥이 스치면 한 줄의 글이라도 남겨봄이 *어젯밤 우산을 들고 산책에 나섰으나 비는 그치고 바람이 조금 불었다 20240329, Song s y

세상이야기 2024.04.01

Post-Truth

Post-Truth 매일 이른 아침 나의 잠을 깨우는 인산 편지. 인산 작가가 1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띄우는 인문학 편지다. 난 2016년부터 이 귀한 편지를 염치없이 받아보면서 사유의 깊이, 통찰의 기회를 가져왔다. 인생 2막을 사는 나에겐 나를 되돌아보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무척 고마운 편지다. 오늘은 인문학 산책편 '조작의 역사, 역사의 조작'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주제를 함축하는 사진엔 'Post-Truth'란 큼직한 글이 씌어져 있었다. 인산 작가는 "탈진실의 역사, 조작의 역사는 아주 깊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탈진실의 시대이고, 가짜뉴스의 시대이고, 조작의 시대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언제나 깨어있는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

세상이야기 2024.03.25

2년 후에 시판될 이 책을 읽어보세요

2년 후에 시판될 이 책을 읽어보세요 * 공산진영의 전쟁지도와 전투수행, 상하 2권 雲靜 : 굿모닝! 지금까지 17권의 저서를 냈다. 시집과 자서전 두 권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학술 연구서였는데 러시아혁명과 박태준 전기와 관련된 3권을 빼고는 시중의 서점에 깔리지 않아서 일반인들에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 새벽에 우연히 과거(벌써 약 8년이 흐른 2016년 6월) 10번째 책을 낼 때 跋로 쓴 출판소회가 눈에 띄어 올린다. 당시 소속 연구원 내 잡음과 갈등으로 병가를 2개월씩이나 내는 등 우여곡절 속에 악전고투하면서 일단락 지은 저서였다. 그때 다스리지 못한 화가 지금은 다 가라앉은 거 같았는데 오늘 이글을 다시 보니 아직도 마음의 상처에 새살이 덜 돋았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지금 다시 보니 참으..

세상이야기 2024.03.18

이어진 만남

이어진 만남 어제는 이어진 인연의 귀한 친구와 밥을 먹었다. 2주 전 보고싶다는 나의 편지에 전립선 수술 후 쾌유중인 친구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준 것이다. 서울역에서 만나 3개월 동안 음주를 삼가하라는 의사의 처방 때문에 둘 다 좋아하는 막걸리 없는 밍밍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근처 카페에서 나눈 대화는 밍밍하지 않았고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 광대무변의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강, 친구가 그린 그림, 지난 대만에서의 연구 활동, 국제 정세(특히 동북아 상황), 한중 외교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사학자로서 특히 중국 공산혁명사에 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인자이기에 연구 내용과 저술한 책에 언급된 중국이야기들을 풀어내었다. 난 몇 년 ..

세상이야기 2024.03.16

방랑시인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오늘 마지막 200편을 끝으로 매일 아침 1편씩 받아 본 '방랑시인 김삿갓'이 끝났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사관학교 3년 선배님이 매일 아침 단톡방에 올려주시는 정성스런 글인데 내가 이전에 이문열의 소설 '시인'을 읽어서인지 병연의 유랑 길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병연이 전국을 주유하면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다양한 인간 모습, 무상한 세상살이를 풍자와 해학으로 읊은 그의 詩를 통해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 마지막 편에선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읊은 마지막 詩가 올라왔다. 詩를 쓴 장소, 전남 화순 동복의 적벽강 나룻배 위는 그의 삶에 유종의 美를 찍고자 그려낸 가상의 장소일 것이다. 소설 '시인'에선 병연은 화순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고, 고향 영월에 묻혔다..

세상이야기 2024.03.12

청송 사과

청송 사과 작년 6. 17일 푸른 소나무의 향리 청송에 왔었다. 주왕산을 산행하면서 흘린 땀은 솔샘 온천에서 씻었는데 며칠 전부터 아내는 아픈 어깨와 허리를 온천물로 다스리고 싶다고 해서 오늘 늦게 솔샘에 왔다. 하루 숙박하면서 내일까지 온천물에 몸을 맡길 생각이다. 작년 유월에 주왕산을 유람하고선 한번 더 와서 좀 더 긴 산행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산행이 아니고 그냥 조용히 쉬고 가는 걸음이 되어버렸다. 소노벨 청송 로비에 걸려 있는 화가 작품은 이곳이 사과의 고장임을 단 번에 말해준다. 난 사진 작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에 그린 유화다. 이목을 화가의 '空 901'이란 작품이다. 그림 옆에 소개한 글. "이목을의 '空' 시리즈는 캔버스가 아닌 나무판 위에 그려진다. 작가는 진짜 ..

세상이야기 2024.03.04

편지

편지 오늘은 3.1절. 아침에 집 베란다에 태극기 달고 탑골공원으로 가고 있네. 그날의 비폭력 저항 함성 소리를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다시 듣고 싶어 집을 나섰지. 전철 안이네. 매번 한양 가는 길이 멀게 느껴지지 않음은 배낭 속에 책이 있기 때문. 오늘은 서박사의 시집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을 넣었지. 월간 2021년 3월호에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눈물'이란 詩가 참으로 가슴에 와닿네. "눈물 나는 눈으로 세상을 보면 용서하지 못할 게 없고, 눈물 나는 맘으로 인간을 보면 측은치 않는 이가 없다"는 싯구를 읽으니 눈물이 날 것 같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오늘이란 시간은 눈물을 흘리고, 눈물을 삼키는 그러한 순간인 것 같네. 빛처럼 광속으로 스쳐도 안개 같은 눈물이 베여 있는 그러한 순..

세상이야기 2024.03.02

수용의 2막, 그 길

수용의 2막, 그 길 볼록북(bollogbook)을 통해 '나만의 책'을 만드셨다는 군사학 박사 선배님의 권유에 나의 지난 페북 글을 편집하여 발행사(볼록북)로 보내니 4일 만에 책으로 만들어 집으로 보내주었다. 수록된 글 양을 고려해 2021-2022년도 글과 2023년도 글, 2권을 만들어 보았다. 시험삼아 1권은 기본 커버, 2권은 하드 커버(기본 커버보다 2만원 더 비쌈)로 했는데 1권이 먼저 도착했다. 먼저 편집하여 신청한 2권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 보니 하드 커버 제작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모양. 책 제목을 뭘로 할 까 생각하다가 페북 글이 전부 군 전역 후 인생 2막을 걸으면서 썼던 글이라 '수용의 2막, 그 길'로 정했다. 글을 쓴 일자 순으로 자동 편집이 되고, 사진을 원하는 대로 수..

세상이야기 2024.03.01

봄비

봄비 친구가 보내준 사진 한 장. 남쪽에 매화가 활짝 피었다는 봄소식이다. 입춘(2.4)을 맞이한지 꼭 2주째인 오늘 하루종일 봄비가 내렸다. 지난 겨울동안 입었던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고 솜털 같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찾아온 봄비다. 책을 읽다가 괜히 자주 창을 열어 빗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빗속의 바람은 봄꽃 향기를 몰고 왔다.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자연의 소리와 향기. 어젠 인문학 기행으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로마 문명이 전시되고 있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쐐기문자 문명, 신화의 세계와 인간 세상의 닮은 모습을 그려낸 그리스 로마 문명. 두 문명의 공통점엔 신과 인간이 있었다. 특히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신과 신화를 만들어냈다. 두 나라는 ..

세상이야기 202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