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어제 비온 뒤 이곳 소사벌에 첫눈이 내렸다. 오후엔 바람도 세차 눈발이 휘날린다. 세모(歲暮)의 정이 깊어질 때 집을 나서 도서관으로 간다. 역사책을 읽으러 가는 길. 바람은 차고 눈발은 더 세차다. 기억에 78년 11월 24일에도 이렇게 눈이 내렸다. 그때는 김남조 시인의 詩를 기록했지. 후딱 쓰고 모포속에 들어가 고향 생각을 했었지. 누군가 걸었던 발자국을 보니 그 때 꿈속에 보았던 아득한 고향 길이 떠오른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따뜻한 커피부터 마시며 손부터 녹여야겠다. 100페이지만 읽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 첫눈 - 고향살이 20년 타향살이 45년 길게 산게 깊이 산게 아니야 떠돌던 산천은 아직도 시리고 사람은 정들기 어려워라 고향 길 멀지않은데 꿈속 길은 아득하다 눈만 뜨면 구슬치기 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