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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산행 #4

한양 산행 #4(2023. 3. 11, 토) 오늘은 북한산 승가봉과 문수봉을 오르는 날.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불교색채 짙은 이름의 두 봉우리다. 봉우리의 명칭은 고려시대 이전에 지어진 것 같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서서 산행의 들머리 이북5도청으로 간다. 집에서 전철, 버스로 2시간이 넘는 거리다. 거리가 뭔 대수냐. 촌부의 한양 나들이는 귀하고 큰 기쁨 아닌가. 들머리에서 오르면 지난주에 올랐던 비봉과 사모바위를 거쳐서 가게 된다. 저번에 놓친 새로운 광경이 있으면 사진으로 담을 생각이다. 비봉오르는 중간 쉼터엔 많은 산행객들이 벌써부터 북적인다. 세계에서 산행객들이 제일 많은 나라, 산에서 건강을 다지고 친목도 도모하고 삶도 설계하는 山行의 나라다. 사람을 가까이하는 만큼 자연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즐거운산행 2023.03.12

밥 젖이 마른 퓨마가 TV에서 정글로 먹을거리를 찾아 나선다 두어 시간 숨죽여 기다렸다가 과나코 숨통을 향해 달려들지만 한 수 배운 뒷발에 밟혀 허탕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굶주린 새끼들마저 제 그림자를 숨기고 달려들지만 발 빠른 밥한테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만다 며칠을 주위의 반짝이는 눈빛을 제치고 숨죽인 호흡으로 기다리다 한순간 과나코의 숨통을 물었다 이레 만에 제 몸보다 큰 밥을 번 것이다 정글의 맹수처럼 다른 이의 목숨을 밥으로 먹고 살아가는 우리들 객지로 밥 벌러 나간 친구 남편은 삼 년 만에 다른 여자의 밥이 됐다고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밥은 잘못 다루면 오히려 밥이 되기도 한다 - 유계자, 시 ‘밥’ 오늘도 밥을 벌러 나갑니다. 그 밥은, 나는 물론 내 가족의 밥. 그러나 밥은 호락호락 내 품으로..

게시판 2023.03.08

한양 산행 #3

한양 산행 #3(2023. 3. 5, 일) 난 북한산 비봉에 한번도 오른 적이 없다. 과거 서울 근무시절 체육활동의 일환으로 동료들과 산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 시간이 제한되어 승가사까지만 올랐던 기억이 있다. 지난주부터 드디어 비봉에 오른다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진흥왕 순수비가 있고, 이를 밝혀낸 금석학의 대가 김정희가 올랐던 길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불광동에서 족두리봉~향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가파르다. 가뿐 숨을 내 쉬면서도 사방으로 펼쳐지는 한양의 아름다운 풍경과 이를 소중하게 담아 내는 산봉우리들을 올려다본다. 굵고 힘찬 암벽들이지만 부드럽게 이어지고 흐르면서 안으로 감싸 안는 북한산은 강인하면서도 자애로운 엄마의 품 같다. 세계 어느나라에, 어느 수도에..

즐거운산행 2023.03.05

주름에 대하여

주름에 대하여 그 주름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얼굴에 잘 어울렸다. 그녀가 웃으면 주름도 함께 웃고 그녀가 언짢은 얼굴을 하면 주름도 함께 언짢은 얼굴을 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 중에서 주름은 표정입니다. 또한 주름은 그 사람의 이력입니다. 곱게 자리 잡은 주름은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원래 있던 주름은 물론, 늙어감에 따른 주름에 너무 예민할 필요가 없는 까닭입니다.

게시판 2023.03.02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2023. 2. 26, 일) 2015. 2. 28 여수를 찾은 이후 8년만에 다시 와 봅니다. 아래 8년전 그때 감흥의 글. " 여수 IC 초입에서 돌산대교~거북선대교~오동도 구간 14Km를 걸었네요. 여수 내항 앞 이름 모를 자그마한 섬이 내항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게하고 오동도를 중심으로 좌우 방파제 역할을 하는 섬들을 주위에 두고 앞으로 넓은 외항이 펼쳐지는 천혜의 항구군요. 가히 전라좌수영이 들어선 이유를 알수 있네요. 돌산대교를 지나면서 좌측을 보니 멀리 시가지 중앙에 진남관이 보이는군요.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와 함께 해양세력으로 세계를 향한 도약을 꿈꾼 박람회 현장을 보면서 조국의 밝은 미래를 기원해 봅니다. 차가운 바다 바람에도 견고히 딛고 일어서는 오동도의 붉은 동백처럼..."..

여행스케치 2023.02.28

한양 산행 #2

한양 산행 #2(2023. 2. 25, 토) 윤동주 문학관에 들러 윤동주의 생애, 운명, 신념의 노래인 序詩를 암송해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8년 생애, 짧았으나 굵게 산 윤동주. 서시는 1941.11. 20일에 썼다. 45년 해방되는해 2.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기 약 3년 3개월전에 썬 자화상 같은 詩다. 길 건너 세검정고개 창의문 입구엔 1968년 1.21사태 당시 청와대를 습격하려던 무장공비들을 검문하다 순직한 최규식 경무관과 정종수 경사의 동상과 순직비가 서 있다. 임무에 충실했던..

즐거운산행 2023.02.26

남의 결점, 나의 결점

남의 결점, 나의 결점 타인의 결점은 우리의 눈앞에 있고 자신의 결점은 우리의 등 뒤에 있다. - 세네카 남의 결점은 금세 보입니다. 그리하여 방금 본 그것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나의 결점은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이미 밝혀져서 추후 나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남의 결점을 탓하기 전에 미처 알지 못한 나의 결점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게시판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