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산행 97

한양 산행 #3

한양 산행 #3(2023. 3. 5, 일) 난 북한산 비봉에 한번도 오른 적이 없다. 과거 서울 근무시절 체육활동의 일환으로 동료들과 산행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 시간이 제한되어 승가사까지만 올랐던 기억이 있다. 지난주부터 드디어 비봉에 오른다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진흥왕 순수비가 있고, 이를 밝혀낸 금석학의 대가 김정희가 올랐던 길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불광동에서 족두리봉~향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가파르다. 가뿐 숨을 내 쉬면서도 사방으로 펼쳐지는 한양의 아름다운 풍경과 이를 소중하게 담아 내는 산봉우리들을 올려다본다. 굵고 힘찬 암벽들이지만 부드럽게 이어지고 흐르면서 안으로 감싸 안는 북한산은 강인하면서도 자애로운 엄마의 품 같다. 세계 어느나라에, 어느 수도에..

즐거운산행 2023.03.05

한양 산행 #2

한양 산행 #2(2023. 2. 25, 토) 윤동주 문학관에 들러 윤동주의 생애, 운명, 신념의 노래인 序詩를 암송해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8년 생애, 짧았으나 굵게 산 윤동주. 서시는 1941.11. 20일에 썼다. 45년 해방되는해 2.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기 약 3년 3개월전에 썬 자화상 같은 詩다. 길 건너 세검정고개 창의문 입구엔 1968년 1.21사태 당시 청와대를 습격하려던 무장공비들을 검문하다 순직한 최규식 경무관과 정종수 경사의 동상과 순직비가 서 있다. 임무에 충실했던..

즐거운산행 2023.02.26

한양 산행 #1

한양 산행 #1(2023. 2.19, 일) 오늘은 24절기중 두 번째 절기인 우수다. 우수경칩땐 얼었던 대동강물도 풀린다는데 오늘 한양의 일기예보는 오전에 비, 오후엔 흐림. 시간을 두고 한양의 산들을 걸어보기로 했다. 세계 유수의 도읍지중 한양만큼 큰 강을 중앙에 두고 사방으로 높낮이가 다양하고 각각 특이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산을 가진 곳은 없다. 현역시절 서울에서 근무시 짧은 산행을 드문드문 한적있지만 그땐 산을 제대로 알지못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내가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알게해주는 배움의 산행길이 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에 안산(295.9m)과 인왕산(338.2m)부터 찾았다. 안산과 인왕산을 연결하는 무악재 하늘다리에 서면 그 옛날 이 고개길을 넘는 사람들앞에 호랑이가 나타나고, 중..

즐거운산행 2023.02.19

봄맞이 산행

봄맞이 산행(2023. 2.17, 금) 작년 연말(12. 29) 방배동 만다린에서 북부군 송년식사가 있었다. 그날 새해 봄이 오는 소식이 들릴때 봄맞이 산행을 하자고 약속했다. 북부군은 나의 고교 반(3-9반) 모임인 삼구회에서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 사는 친구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고향근처 남부지역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남부군으로 부른다. 삼구회는 년 2회 봄, 가을에 주로 운동할수 있고 풍광과 먹거리가 좋은곳에서 모임을 갖는데 4년전 일본 아소산에서의 환갑모임은 좋은 추억을 남긴 모임으로 기억된다. 오늘이 만다린에서 약속한 그날이었기에 충남 면천에 위치한 아미산(349.5m)을 찾았다. 남부군중 두 친구가 대구, 포항에서 올라와 사실상 중부군이 된 총 7명이 아미산 정상에 오른후 다불산(321..

즐거운산행 2023.02.18

칠갑산 청양고추

칠갑산 청양고추(2023. 2. 11, 토) 영물 호랑이가 수호하고 있다는 청양의 칠갑산(561m)은 만물생성의 7대 근원인 칠(七) 자와 육십갑자의 첫번째이고 싹이 난다는 뜻의 갑(甲) 자를 써 생명의 발원지로 전해져오고 있다. 그리고 금강 상류의 지천을 굽어보는 산세로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도 있다고한다 칠갑산아래 천장호는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 승천을 하려던 황룡이 자신의 몸을 바쳐 다리를 만들어 아이의 생명을 구했다는데 이곳을 건너 칠갑산에 오르면 황룡과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복이 충만된 상태에서 잉태된 건강한 아이를 낳는다는 전설도 있다. 매운 고추로 유명한 청양은 전설의 고을인 모양이다. 근데 오늘 칠갑산 정상에 오르기위해 청양의 특산물인 붉은고추 상징물("세계에서 제일 큰 고추"라고 쓰여져 있..

즐거운산행 2023.02.11

겨울산

겨울산(2023. 2. 4, 토) 입춘을 맞이하여 마지막 겨울 산행을 했다. 집에서 멀지않은 안성과 진천 경계에 있는 서운산(547m)이다. 봄이 되면 나만이 알고있는 얕은 계곡 음지에 피는 앵초화를 보러 가는 산이다. 오늘은 효종의 동생 인평대군의 원당인 청룡사 우측을 돌아 가보지않은 산행길을 걸었다. - 겨울산 - 외줄기 산길에 바람이 분다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바스라지는 나무가지 소리에 길은 더욱 깊어진다 길은 돌아돌아 계속 멀고 외마디 가는 가지에 앉은 새는 몸을 떨고있다 홀로걷는 산길에서 외롭지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누런 솔잎처럼 가벼운 몸에 울지않는 산새가 어디 있으랴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가는 이 세월은 비가오고 눈이내려도 쌓이고 쌓이는 마른 낙엽이다 잔설속 푸른 산죽도 ..

즐거운산행 2023.02.04

오서산(2023. 1. 29, 일)

烏棲山(2023.1.29,일) 오서산은 금북정맥의 최고봉(791m)으로 충남의 등대로 불리운다. 서해바다에서 도드라지게 보이며 해질 무렵 저녁노을과 산 능선을 따라 군락을 이룬 억새가 무척 아름답다. 예로부터 까마귀들과 까치가 많이 살아 까마귀들의 보금자리, 오서(烏棲)라 했다. 날씨가 풀렸음에도 며칠전 내린 눈이 아직 녹지않고 계곡엔 물도 흐른다. 광성 주차장에서 내원사, 쉰질바위를 거쳐 정상까지 왕복 약 8.5Km의 걸음. 찬바람을 맞고 눈길을 걷는 Meditation의 시간이다 ^^ - 오서산을 오르며 - 누가 오서산에 하나 남은 자미원이 있다고 했나. 신발 동여매고 초입에 들어서니 내원사 가는길은 눈으로 덮혀있네 하늘의 북극, 삼원의 중원에 이르는 길이 이리도 순백하구나 바위틈새 흐르는 물소리 청..

즐거운산행 2023.01.29

가야산 등정(2023. 1. 14, 토)

가야산 등정(2023. 1. 14, 토) 오늘의 날씨는 흐리고 약간의 비. 예산과 서산의 경계지역에 있는 가야산은 100대 명산중 하나로 경사가 심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다른 어떤 산보다 좋다고 했다. 덕산에서 물빛이 짙은 옥계저수지를 지나면 상가리마을이 나타나고 가야정맥에서 흘러내리는 좌우 산허리 사이 얕은 구릉엔 그 유명한 남연군묘가 있다. 4년전 3월에 남연군묘에 와서 조선말 쇄국양이의 역사를 상상해본적이 있다. 흥선대원군, 고종, 민비, 오페르트 도굴사건 등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오로지 체력을 단련하는 산행이 목적이다. 산사나이 친구는 수덕사 덕숭산, 예산 가야산, 홍성 오서산, 내포 용봉산만 다녀오면 금북정맥 충남의 명산은 거의 다 가본것이라 했다. 지난주에 덕숭산에 갔었고 4년전엔 ..

즐거운산행 2023.01.15

2022 가을 안성 서운산

서운산의 단풍이 속리산보다 더 짙다. 노란 은행잎은 더 정겨운 가을노래다. 여기 올때마다 맛보는 구수한 청국장은 고향의 맛이다. 주인 아주머님의 잔잔한 미소엔 친절이 베여있고 음식솜씨는 일품이다. 막걸리에 파전 안주는 정말 별미^^ 산행보단 음식여행. 이런 서운산이 가까이 있다는것(집에서 차로 30분 거리다)은 큰 축복이다. 성우엄만 동치미를 담고자 주인장의 밭에서 수확한 굵은 무우를 5단이나 샀다. 올해도 시원한 동치미를 맛볼수 있을것같아 행복하다.

즐거운산행 2022.10.30

속리산 단풍, 문장대

2022년 단풍놀이, 설악산 단풍이 아래 남쪽나라로 달려오기 시작하였기에 속리산은 얼마나 붉어졌을까..문장대까지 오르면서 감상하기로 했다. 보은에 도착할즈음 괴산일대에서 진도 4.1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속보가 떳다. 차속에서 감지하지 못했지만 여진이 계속되어 괴산과 가까운 속리산면쪽에도 영향을 주지않을까 조금 우려감을 가지면서 산행을 시작했다. 휴일이라 수많은 단풍인파가 몰린 속리산 입구. 정2품송부터 법주사 입구까지 차량과 인파가 넘쳐났다. 속리산 소형주차장(1일 주차비 5,000원)에 겨우 주차시키고 법주사 일주문 방향으로.. 이번 산행엔 집사람이 동행했다. 집사람이 지난 9월 담석수술이후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건강회복에 도움이 되었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심장에 무리가 가지않도록 천천히 오..

즐거운산행 2022.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