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산행 97

앵초싹, 그 생명

앵초싹, 그 생명 산은 오를 때마다 다른 감흥을 느낀다. 계절에 따라 색감을 달리하는 산 자체가 주는 느낌보다는 산을 오르는 시간, 오르기 전 가졌던 마음 상태에 따라 산행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 찾는 산, 집에서 차로 30여 분 소요되는 거리에 있는 서운산을 찾는 이유는 높지도 낮지도 않고, 정상으로 가는 길에 숨은 비밀의 공간인 앵초밭이 있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안성 넓은 들이 평화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후 한 시에 올랐다. 산행 초입 낭구네집 좌판에 있는 냉이, 민들레(한 봉지에 3,000원, 할머니의 수확 노고에 비해 너무 싸다)를 찜해 놓고 청룡사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앵초싹이 올라왔는지 확인하는 것. 지난 주엔 싹이 움트지 않았다. 불..

즐거운산행 2024.03.23

2023 가을 삼구회 정모

2023 가을 삼구회 정모 지난 봄 창녕 우포늪, 남지 개비리길에서의 걸음은 어느새 여름 더위를 몰아내고 가을 바람을 불러왔다. 가을 정모는 지난 당진 아미산 번개 산행시 양평 유명산에서 갖기로 결정했다. 산행길잡이 수명이가 "그땐 시월의 단풍을 즐길 수 있고, 이른 아침 배너머 고개를 거쳐 유명산 정상에 오르면 발아래 남한강따라 펼쳐지는 구름바다(雲海)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어제 먼 남쪽 고향 친구들이 기꺼이 양평까지 올라왔다. 참석이 가능한 14명의 친구들이 6개월만에 모인 자리다. 고교 반 친구들의 년 2회 모임은 서로의 안녕을 묻고, 함께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웃고 떠들며 밥 먹으면서 유수같은 세월을 붙잡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첫날 오후, 용문산(1,157m) 사나..

즐거운산행 2023.11.01

제천 북바위산

제천 북바위산 월악으로 오면서 송계계곡 옆 덕주산성과 송계 8경의 하나인 망폭대(望瀑臺)를 담았다. 월악영봉의 호령을 천하에 알리는 듯 수직으로 서 있는 하늘의 북(鼓), 북바위. 칼로 자른 듯 판판한 바위 옆 구렁이처럼 보이는 굵은 소나무 뿌리도 신기하다. 용암봉을 뒤로 보며 걷고 쉬고, 정상에 올라 좌에서 우로 바라 보는 영봉, 마패봉, 신선봉. 비구름속 아득한 신선들의 세계다. 그 너머는 선비들이 넘나들던 하늘재, 문경새재다. 비가 올 듯 흐리다가 정상에 서니 비를 뿌린다. 산행객 한 명도 만나지 못한 완전한 솔로 산행. 월악의 암릉, 노송, 바람, 산새소리, 풀벌레소리와 함께한 고요한 걸음.. 사진 한 컷 찍어줄 山客을 만나지 못해 수고한 두 발만 남긴다. 20230707, Song s y #제천..

즐거운산행 2023.07.10

청송 주왕산

청송 주왕산 윤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 이외의 수능 배제"를 지시하면서 몇 개월전부터 이 지시를 따르지않은 수능담당 교육부 국장을 대기발령 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능을 6여 개월 앞둔 상황에서 정책의 시행 여부를 떠나 이전부터 교육개혁을 추진했던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은 공무원 경질 사실에 주목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로운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과제에 반대, 불응하는 공직자는 어떤 생각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인지.. 멀지 않은 조선시대에도 권력을 잡은 정파의 신념과 노선에 反하는 이전 관료들은 파직 당하기전 스스로 옷을 벗고 낙향하여 은둔 생활을 하거나 제자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국가의 녹을 먹고 사는 공직자들이 과거 정권이 자신을 그 직에 임명하였다하여 현정부의 새로운 개혁조치에 반하..

즐거운산행 2023.06.18

녹색지대

녹색지대 주말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운산으로 간다. 산행 초입 낭구네 식당앞에 펼쳐 놓으신 단골 할머니 오늘 좌판(坐板)엔 도토리묵만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힘드셔서 밭에 나가지 않으셨나. 2주전엔 풍성한 좌판에서 뽕잎, 도토리묵을 골랐건만.. 목소리에도 힘이 없으시다. 건강에 적신호가 오셨나, 자식들 일이 잘 풀리지 않으시나.. 조금 떨어진 70대로 보이는 할머니 좌판엔 채소, 나물이 풍성하다. 도토리묵도 있건만 열무 2단, 아욱, 땅두릅을 샀다. 합 1만 8천원. 하산해서 단골 할머니 도토리묵 2개를 사서 함께 차 트렁크에 실을 것이다. 오늘은 1만 8천원짜리 산행이다. 하산해서 먹는 낭구네집 청국장과 파전, 커피볶는집 더슬로우에서 마시는 커피 값은 산행값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오늘의 걸음값에서 제..

즐거운산행 2023.05.13

2023. 4월의 앵초화

2023. 4월의 앵초화 해마다 4월이되면 서운산의 앵초화를 보러 온다. 작년엔 4.13일에 왔었다. 서운산 자락 앵초화가 피는 곳은 단 한 군데, 나만이 아는 곳이다. 습기를 약간 머금은 햇빛 드는 기슭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음하는 바램, 나만의 공간이기를 원하는 곳이다. 나의 지나친 욕심이다. 자연은 만인의 것인데 아직도 욕심이 가득찬 세속의 나다. 작년보다 일주일이 이른 오늘 앵초화를 만나러왔다. 활짝 피었을까, 꽃망울만 있을까, 사람들의 발길로 터전을 잃지는 않았을까.. 조금 조바심 나는 마음으로 앵초화를 만나러 한걸음 한걸음. 다행이도 앵초화는 나를 반긴다. 이쁘다. 꽃망울을 떠뜨린 꽃, 내어 보이기 싫어 아직 꽃망울, 감싸고 보호하는 파란 잎새들.. 너무 이쁜 네가 나를 기다렸구나. ..

즐거운산행 2023.04.07

9한양 산행 #7

한양 산행 #7(2023. 4. 2, 일) 오늘은 한양 마지막 산행으로 관악산(629m)으로 가는 날. 아차산과 청계산은 학오름 친구들과 여러 번 올랐기에 가지않기로 했다. 버스정류장 건너 편에 수소전기로 움직이는 버스가 정차해 있다. 지금은 4차 혁명, 기술혁신의 시대. 내연기관의 차는 멀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오염에 찌든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근데 우리 인간의 주검을 AI 로봇이 처리하는 순간도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왠지 무섭고 서글퍼진다. 버스 안내양이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오라이~"를 외치던 매연 내뿜는 그 시절 버스가 그립기도 하다. 편안하고 안락한 문명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전철안에서 정..

즐거운산행 2023.04.03

한양 산행 #6

한양 산행 #6(2023. 3.25, 토) 오늘은 한양의 동북 태능골에 있는 불암산(508m)으로 가는 날이다. 전철안에서 정채봉의 詩를 읽어본다.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정채봉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다." 오늘은 추억의 산행이 될 것 같다. 처음으로 정상까지 오르는 불암산은 모교 화랑대 옆에 위치한 산이기에 산행을 하는 동안 4년간 교육을 받으면서 차곡차곡 쌓였던 옛 추억이 떠오를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화랑대역에 도착하니 경춘선 숲길(둘레길인가 보다)을 걷고자 하는 산행객들이 많이 모여 있다. 여자 산행객들의 울긋불긋 옷 차림은 봄을 더욱 화사하게 만든다. 태능 솔밭과 먹골배 과수원은 온데 간데 없다. 45년 세월이 흘렀으니 그럴 ..

즐거운산행 2023.03.26

한양 산행 #5

한양 산행 #5(2023. 3.18, 토) 오늘 백운대(836.5m)를 오르기위해 집을 나서기전 작은 책을 꺼내 배낭에 넣었다. 전철안에서 읽기 위해서다. 이 책은 내가 98년 사단 참모를 마치고 다른 부대로 전출갈 때 사관학교 선배가 나에게 선물했던 시집이다. 그때 한 번 읽고 책장에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책이다. 여러 詩중에서 한 편의 詩를 적어보면서 백운대에 오르는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고통과 슬픔에도 의연하고, 아끼는 마음을 만나고 싶은 오늘의 한양 산행이다.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정채봉 - 백두산 천지에서 - 아! 이렇게 웅장한 산도 이렇게 큰 눈물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우이역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백운대 산행의 초입인 도선사까지의 2.1Km 거리는 통상 택시..

즐거운산행 2023.03.19

한양 산행 #4

한양 산행 #4(2023. 3. 11, 토) 오늘은 북한산 승가봉과 문수봉을 오르는 날.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불교색채 짙은 이름의 두 봉우리다. 봉우리의 명칭은 고려시대 이전에 지어진 것 같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서서 산행의 들머리 이북5도청으로 간다. 집에서 전철, 버스로 2시간이 넘는 거리다. 거리가 뭔 대수냐. 촌부의 한양 나들이는 귀하고 큰 기쁨 아닌가. 들머리에서 오르면 지난주에 올랐던 비봉과 사모바위를 거쳐서 가게 된다. 저번에 놓친 새로운 광경이 있으면 사진으로 담을 생각이다. 비봉오르는 중간 쉼터엔 많은 산행객들이 벌써부터 북적인다. 세계에서 산행객들이 제일 많은 나라, 산에서 건강을 다지고 친목도 도모하고 삶도 설계하는 山行의 나라다. 사람을 가까이하는 만큼 자연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즐거운산행 202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