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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섬

조용한 섬 땅끝에서 올라온 고구마 한 개 빛도 없이 구석에서 떡잎을 키우고 있다 먹는다 먹는다 하면서 잊어버린 조용한 섬은 얼마나 몸을 짜냈을까 물을 담아 터를 창가로 옮긴다 푸석한 얼굴이 햇살을 받아먹고 붉은 힘줄이 돋아난다 투명한 물속에서 솜털 같은 뿌리가 파르르 떨리고 물관의 젖줄로 입술을 적시는 잎들 - 한영희, 시 '조용한 섬' 관심은 사랑입니다. 뒤처지거나 눈에 별로 들지 않았던 사람이나 동식물에게 주는 관심이 그를 다시 일어나게 합니다.

게시판 2024.04.01

귀한 사랑

귀한 사랑 질투심이 강한 사람의 사랑은 증오심으로 변하기 쉽다. 질투는 남보다 자기를 먼저 해치는 독소이다. - 알렉상드르 뒤마 질투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사랑이 있는 곳에 질투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지나침에 늘 문제는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나친 질투가 사랑을 증오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질투에 눈이 멀었다는 위험성을 인식한다면 적절하고 알맞고 귀한 사랑이 될 것입니다.

게시판 2024.04.01

특별한 계기

특별한 계기 나의 생각과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간접체험을 통하여 자신이 원하는 행복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에 의해 혹은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변질된 자신의 가치관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간접체험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특별한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독서이다. - 중에서

게시판 2024.04.01

끙, 녹스는 일

끙, 녹스는 일 노인들 말끝은 대부분 녹이 슬어 가고 있다 거뜬하던 일들이 하나 둘 조금씩 주저앉고 있다 행동마다 튀어나오는 엄살이라 하지만 나 모르게 끙, 하는 엄살을 짚고 일어선다 일어설 때 짚고 앉을 땐 바닥에 깔고 앉는다 그거, 다 온몸 곳곳이 녹슬어 있다는 증거지만 알맹이는 다 자식들에게 내주고 겨우 남은 쭉정이에서 나는 빈 소리다. 그러나 엄살도 잘 키워 놓으면 부축 못하는 자식들보다 낫다 - 김경숙, 시 '끙, 녹스는 일' 끙, 에구구구, 절로 뱉어지는 소리들. 엄살이라 하지만 그리 해서라도, 그 소리에 의지해서라도 일어서려는 최대한의 안간힘일 겁니다. 동네 공원마다 볕 좋은 곳에 모여앉은 노인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도 서로를 부축하는 힘 같습니다.

게시판 2024.04.01

Post-Truth

Post-Truth 매일 이른 아침 나의 잠을 깨우는 인산 편지. 인산 작가가 1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띄우는 인문학 편지다. 난 2016년부터 이 귀한 편지를 염치없이 받아보면서 사유의 깊이, 통찰의 기회를 가져왔다. 인생 2막을 사는 나에겐 나를 되돌아보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무척 고마운 편지다. 오늘은 인문학 산책편 '조작의 역사, 역사의 조작'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주제를 함축하는 사진엔 'Post-Truth'란 큼직한 글이 씌어져 있었다. 인산 작가는 "탈진실의 역사, 조작의 역사는 아주 깊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탈진실의 시대이고, 가짜뉴스의 시대이고, 조작의 시대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언제나 깨어있는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

세상이야기 2024.03.25

앵초싹, 그 생명

앵초싹, 그 생명 산은 오를 때마다 다른 감흥을 느낀다. 계절에 따라 색감을 달리하는 산 자체가 주는 느낌보다는 산을 오르는 시간, 오르기 전 가졌던 마음 상태에 따라 산행이 주는 느낌이 다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 찾는 산, 집에서 차로 30여 분 소요되는 거리에 있는 서운산을 찾는 이유는 높지도 낮지도 않고, 정상으로 가는 길에 숨은 비밀의 공간인 앵초밭이 있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안성 넓은 들이 평화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후 한 시에 올랐다. 산행 초입 낭구네집 좌판에 있는 냉이, 민들레(한 봉지에 3,000원, 할머니의 수확 노고에 비해 너무 싸다)를 찜해 놓고 청룡사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의 목적은 앵초싹이 올라왔는지 확인하는 것. 지난 주엔 싹이 움트지 않았다. 불..

즐거운산행 2024.03.23

내가 사는 곳에 역사의 길이 있었네.

내가 사는 곳에 역사의 길이 있었네. 내가 사는 곳, 평택 소사벌에 역사의 길이 있었네. 집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는 온양 온천 관광호텔에 오니 뜻밖에 내가 사는 곳에 대한 기록이 있다. 온양 관광호텔은 조선 최초의 온궁(溫宮)이 있었던 곳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를 비롯해 세종, 세조, 성종, 현종, 숙종, 영조, 정조 등이 행차하여 머물면서 집무와 휴양을 했던 곳으로 지금도 호텔 내엔 유적으로 영괴대, 신정비가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다. 특히 세종은 안질(눈병)을 이곳 온천욕으로 치유하여 그 포상으로 '온수현'을 '온양군'으로 승격시켰다고 한다. 이곳에서 발견한 '옛길'에 대한 기록이다(찍어온 사진을 확대해 보면 좋겠다) "해남에서 출발한 옛길은 어느덧 경기땅에 다다른다. 안성천을 건너면 평택의..

여행스케치 2024.03.23

2년 후에 시판될 이 책을 읽어보세요

2년 후에 시판될 이 책을 읽어보세요 * 공산진영의 전쟁지도와 전투수행, 상하 2권 雲靜 : 굿모닝! 지금까지 17권의 저서를 냈다. 시집과 자서전 두 권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학술 연구서였는데 러시아혁명과 박태준 전기와 관련된 3권을 빼고는 시중의 서점에 깔리지 않아서 일반인들에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 새벽에 우연히 과거(벌써 약 8년이 흐른 2016년 6월) 10번째 책을 낼 때 跋로 쓴 출판소회가 눈에 띄어 올린다. 당시 소속 연구원 내 잡음과 갈등으로 병가를 2개월씩이나 내는 등 우여곡절 속에 악전고투하면서 일단락 지은 저서였다. 그때 다스리지 못한 화가 지금은 다 가라앉은 거 같았는데 오늘 이글을 다시 보니 아직도 마음의 상처에 새살이 덜 돋았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지금 다시 보니 참으..

세상이야기 2024.03.18

이어진 만남

이어진 만남 어제는 이어진 인연의 귀한 친구와 밥을 먹었다. 2주 전 보고싶다는 나의 편지에 전립선 수술 후 쾌유중인 친구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준 것이다. 서울역에서 만나 3개월 동안 음주를 삼가하라는 의사의 처방 때문에 둘 다 좋아하는 막걸리 없는 밍밍한(?)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근처 카페에서 나눈 대화는 밍밍하지 않았고 눈이 확 뜨일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 광대무변의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강, 친구가 그린 그림, 지난 대만에서의 연구 활동, 국제 정세(특히 동북아 상황), 한중 외교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사학자로서 특히 중국 공산혁명사에 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인자이기에 연구 내용과 저술한 책에 언급된 중국이야기들을 풀어내었다. 난 몇 년 ..

세상이야기 202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