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오늘 밤 하늘에 뜬 달은 초승달. 지난 시월 여주 영릉에선 난 소헌왕후의 눈썹이라고 불렀다. 음력으로 3~5일경에 뜨는 초승달이 미인의 아미(娥眉) 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가늘고 부드러운 곡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막 채움의 시작이기 때문도 아닐까.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술잔 계영배(戒盈杯)가 생각난다. 거상 임상옥이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지니고 다니면서 수시로 바라보았다는 그 계영배. 잔의 7부선을 넘게 술을 부으면 더 이상 차오르지 않고 이미 부은 술 마저도 사라져 버린다는 계영배. 반 쯤 채워진 상현달, 하현달에 이제 막 채워지기 시작한 초승달이 걸치면 과욕을 경계하는 계영배 모습이 된다.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 절제와 여백 때문. 마침 꽃을 피운 노란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