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613

초승달

초승달 오늘 밤 하늘에 뜬 달은 초승달. 지난 시월 여주 영릉에선 난 소헌왕후의 눈썹이라고 불렀다. 음력으로 3~5일경에 뜨는 초승달이 미인의 아미(娥眉) 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가늘고 부드러운 곡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막 채움의 시작이기 때문도 아닐까.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나오는 술잔 계영배(戒盈杯)가 생각난다. 거상 임상옥이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지니고 다니면서 수시로 바라보았다는 그 계영배. 잔의 7부선을 넘게 술을 부으면 더 이상 차오르지 않고 이미 부은 술 마저도 사라져 버린다는 계영배. 반 쯤 채워진 상현달, 하현달에 이제 막 채워지기 시작한 초승달이 걸치면 과욕을 경계하는 계영배 모습이 된다.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 절제와 여백 때문. 마침 꽃을 피운 노란 개..

FB단상 2024.03.15

방랑시인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오늘 마지막 200편을 끝으로 매일 아침 1편씩 받아 본 '방랑시인 김삿갓'이 끝났다. '방랑시인 김삿갓'은 사관학교 3년 선배님이 매일 아침 단톡방에 올려주시는 정성스런 글인데 내가 이전에 이문열의 소설 '시인'을 읽어서인지 병연의 유랑 길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병연이 전국을 주유하면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다양한 인간 모습, 무상한 세상살이를 풍자와 해학으로 읊은 그의 詩를 통해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오늘 마지막 편에선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읊은 마지막 詩가 올라왔다. 詩를 쓴 장소, 전남 화순 동복의 적벽강 나룻배 위는 그의 삶에 유종의 美를 찍고자 그려낸 가상의 장소일 것이다. 소설 '시인'에선 병연은 화순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고, 고향 영월에 묻혔다..

세상이야기 2024.03.12

기다림의 앵초

기다림의 앵초 오후 시간에 고향 친구 톡이 왔다. "오늘은 음력 2월 초하루. 갑진년은 동지로부터 설날, 입춘을 거쳐 마지막 방점은 오늘! 오늘 같은 날은 가능한 야외로 활기차게 움직이고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면 한 해 좋은 기운을 가질 수 있답니다" 친구 톡에 얼른 집을 나서서 차를 몰아 서운산으로 왔다. 활기차게 몸을 움직이고 미소를 지으면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으려나. 늦은 시간이지만 산행길 초입에 들어섰다. 4월 초~중순에 피는 앵초꽃을 보려면 한 달이나 남았지만 '혹시 싹이라도 올라 왔으려나' 하는 생각에 나의 걸음은 앵초밭으로 향한다. 낙엽만 무성하다. 혹여 싹이 낙엽 속에 있으려나 조심스럽게 낙엽을 걷어내도 싹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꽁나물 시루 같은 작은 노란 색이 앵초 싹인가? 싹이라면..

카테고리 없음 2024.03.11

지난 단상의 회고

지난 단상의 회고 이틀 전 '매헌 시민의숲'을 걷고 일요일을 맞이한 아침, 지난 글이 생각나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날도 휴일의 단상이었네요. 사학자 친구가 분노하며 보내준 윤봉길 의사가 순국한 日 가나자와 육군교도소 현장 사진이 불러일으킨 저의 단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7년 전 시국과 나라 앞 날, 특히 원수같은 일본에 대한 저의 글을 보면서 2년 전 새롭게 탄생한 정부가 오로지 국가 안녕과 미래를 향해 세계 정부의 튼튼한 한 축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보게 됩니다. 휴일아침 단상(2017. 9.16) 친구가 지난 주 일본 가나자와에 있는 윤봉길의사 암장터를 다녀와서 사진과 함께 짧은 소식을 전해왔네요. 친구가 역사적인 장소에 뜻 깊게 잘 다녀와서 의미있는 사진으로 윤봉길 의사의 애국..

FB단상 2024.03.11

서울둘레길 걸음의 시작

서울둘레길 걸음의 시작 지난 1월 17일 고향 친구들과 몽촌토성을 걷고 나서 올해는 시간이 나는 대로 서울둘레길(8개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을 걸어보자고 했다. 오늘 그 첫 걸음으로 양재 시민의 숲에서 청계산 입구까지 걸었다. 이 길은 서울둘레길 코스는 아니지만 둘레길 걸음을 위한 시작의 의미가 있다. 한양 4대문과 도성을 넘어 한수(漢水)를 가로지르고, 한양을 품고 있는 외곽산들을 이어 원(圓)의 모습으로 만든 서울둘레길은 서울이 나라의 중심임을 알리는 길이다. 북한산, 관악산, 구룡산, 아차산 등을 포함하여 산과 물을 연결한 서울둘레길은 마치 신체에 없어서는 안 될 말단의 실핏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들도 "깊고 아름다운 서울둘레길을 걸으면 진정한 한국의 美를 발견한다"고 했는데 난 60년이 넘..

여행스케치 2024.03.09

하드커버지 책

하드커버지 책 지난 번에 주문했던 볼록북 하드커버지 책(2023년도 글)이 집으로 배달되었다. 조금 많았던 2023년도 페북 글이었기에 표지 색과 배경 그림을 다르게 하면서 시험삼아 하드커버지로 만들어 보았다. 총 242 페이지, 전체 수록 글은 104개, 프롤로그는 최대한 짧은 문장으로, 글에 대한 반응은 총 6,843개(좋아요 5,821, 댓글 983, 공유 39개), 가장 반응이 많았던 글(Most popular post)은 2023.12.13일에 쓴 '2023 육사38 동기회', 최고의 글(Best of chapter)은 2023.1.20일에 작성한 '아버지의 바다' 였다. 페북에 썼던 모든 글에 대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간략 분석해 주는 것이다. 작년 계묘년 첫 날에 썼던 '새해 삼길포 해맞이'로..

FB단상 2024.03.07

휴게소의 테마공원

휴게소의 테마공원 옛날엔 산천을 유람하다 잠깐 먹고 쉬는 장소로 주막을 찾았다. 지금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많은 휴게소 중에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휴게소는 충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천등산휴게소와 대구광역시 군위휴게소다. 시설의 깨끗함이나 이용의 편의성,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곳에 설치되어 있는 테마시설 때문이다. 잠깐 거치는 장소에 그 고장을 상징하는 역사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고장에 대한 사랑이요 자긍심이다. 휴게소 안내소에 지역내 관광지나 특산물을 소개하는 팜플렛이나 소책자는 비치되어 있어도 역사 테마공원이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내가 가보지 못한 휴게소에 비슷한 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없는 곳이라면 전 고장 사..

여행스케치 2024.03.07

추억의 공간

추억의 공간 산에서 바다로, 청송에서 강구로, 과거 추억에서 현실로 가는 이 공간과 이 시간이 고맙고 애틋하다. 청송 농산물 직판장에서 부사 1박스(사과가 금값이네요. 작년 농사가 힘들었나 봅니다)를 사고 청송 사과 농원을 지나 얼음골, 옥계, 달산을 거쳐 강구 바다로 왔다. 지방도로로 1시간 거리다. 이 곳에 올 때마다 지름길 고속도로가 아닌 굽이굽이 산길을 택한다.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면 차를 세워 폰에 담는다. 아내는 이 길로 올 때마다 꼭 한 두가지 추억을 회상한다. 오늘은 강구 장날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하저에서 하루에 2~3번 있는 버스를 타고 강구에 나와 장을 보고 귀가 시 버스가 제 시간에 오지 않으면 하저 마을 단칸 방 집까지 큰 애를 업고 걸어서(십리가 넘는 거리다) 갔단다. 여름엔 ..

카테고리 없음 2024.03.04

청송 사과

청송 사과 작년 6. 17일 푸른 소나무의 향리 청송에 왔었다. 주왕산을 산행하면서 흘린 땀은 솔샘 온천에서 씻었는데 며칠 전부터 아내는 아픈 어깨와 허리를 온천물로 다스리고 싶다고 해서 오늘 늦게 솔샘에 왔다. 하루 숙박하면서 내일까지 온천물에 몸을 맡길 생각이다. 작년 유월에 주왕산을 유람하고선 한번 더 와서 좀 더 긴 산행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산행이 아니고 그냥 조용히 쉬고 가는 걸음이 되어버렸다. 소노벨 청송 로비에 걸려 있는 화가 작품은 이곳이 사과의 고장임을 단 번에 말해준다. 난 사진 작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에 그린 유화다. 이목을 화가의 '空 901'이란 작품이다. 그림 옆에 소개한 글. "이목을의 '空' 시리즈는 캔버스가 아닌 나무판 위에 그려진다. 작가는 진짜 ..

세상이야기 2024.03.04

신뢰

신뢰 지난 주 비가 내린 후 꽃샘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찬 기운이 멈추는 날엔 봄이 본격적으로 달려오겠지. 따뜻한 기운을 느끼고 싶어 서운산 자락으로 왔다. 산행이 아니라 봄소풍 기분으로 '더 슬로우' 카페에 오니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바람은 차갑지만 푸른 하늘, 점점 흰 구름은 서운산으로 봄이 빨리 달려오기를 재촉하는 것 같다. 4월에 피는 앵초화가 보고 싶어진다. 매년 앵초꽃 산행을 통해 마주하지만 지금처럼 기다림의 순간 내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앵초가 제일 아름답다. 기다림속에 숨어있는 반가움, 애정, 연민 때문 일 것이다. 갑진년 올핸 과연 어떤 모습일지. 다섯 개 꽃잎과 푸른 받침 싱싱한 잎새는 햇살을 많이 받고자 더 크게 벌어질지, 작년에 감지했던 번식의 공간은 어느 범위까지 덮고..

우은빈이야기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