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 17

울진풍경 3점

울진풍경 3점 강릉에서 남쪽으로 발길을 돌린 단원은 삼척에 이르기 전 추암에서 '능파대(추암 촛대바위)'를 그리고, 삼척에선 관동 제일의 누각인 죽서루를 화폭에 담았다. 고려 및 조선 최고의 문인들이 시와 글로 그 비경과 역사를 노래한 죽서루에 선 단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오십천 건너 서쪽에서 강, 기암절벽, 누각, 멀리 산까지 담은 단원의 죽서루 그림은 그때 그가 느꼈던 감흥을 잘 말해주는 듯 하다. 단원이 삼척아래 울진에서 그린 그림 3점(망양정, 성류굴, 월송정)을 모사해본다. 망양정(望洋亭)은 동해의 만경창파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언덕에 세워져있다. 원래 울진군 기성면 망양리 해변 언덕에 있었는데 어느 시기인지 모르지만 잠시 현종산 기슭으로 옮겼다가 철종 때(1860년) 다시 지금의 자리로 ..

세상이야기 2024.09.11

강릉풍경 3점

강릉풍경 3점 단원은 오대산 월정사에 머물면서 4점(중대, 월정사, 상원사, 史庫)을 화폭에 담았다. 이 중 '중대'를 제외한 3점을 모사해 보았다. 월정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석가모니 진산사리를 모신 곳으로, 한국불교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중대 (오대산중대적멸보궁)'는 제일 마지막에 그려보기로 한다. 그 이유는 단원의 그림세계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종교적 신념을 '중대'를 그려보면서 느껴볼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중대'는 금강사군첩에 담긴 모든 화폭들의 응축물, 단순한 적멸보궁의 모습이지만 단원이 그 어떤 그림보다도 깊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그렸을 것이라 단언해본다. 단원은 오대산에서 나와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내려오면서 구산서원, 경포대, 호해정을 그렸다. '구산서원'..

세상이야기 2024.09.09

오대산 그림 3점

오대산 그림 3점 단원 김홍도는 진부에서 '청심대'를 그리고 대관령 고개를 넘기 전 오대산에 있었다. 월정사에 머물면서 월정사, 상원사, 사고(史庫)를 그렸다. 얼마만큼 체류했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 체류기간 중 매일 새벽 예불에 참석하고 전나무 숲도 걸었을 것이다.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깊은 사찰이다. 난 7년 전 겨울 늦은시간에 속초에서 귀가하는 길에 잠깐 이 월정사를 찾은 적이 있다. 흰눈이 내린 월정사는 설국이 되어있었다. 고요함을 깨는 독경소리,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개울 물소리, 간간이 전나무숲에서 떨어지며 휘날리는 눈가루가 잊혀지지 않는다. 3년 전엔 동해로 가는 길에 다시 월정사에 들러 영상을 찍은 적이 있는데 두 번 다 월정사에서 약 20리 거리..

세상이야기 2024.09.07

서울둘레길 18구간(북한산 종로코스)

서울둘레길 18구간(북한산 종로코스) 2주만에 걷는 길. 오늘은 지난 은평코스 걸음에 이어 18구간 북한산 종로코스를 걷는다. 불광역~장미공원~탕춘대~평창동길~형제봉 입구~ 롯데캐슬까지의 길이다. 오전에 부슬부슬 내렸던 비가 멈추고 서늘한 바람까지 불어 트레킹에 최적의 날씨다. 일산쪽 삼송동에 사는 춘근이가 합류하여 더 즐거운 걸음이 된다. 불광역에서 만나 장미동산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길이 계속되어 수명대장은 걸음 속도를 조금 낮춘다. 조망이 좋은 장미동산에 올라 북한산 주봉들을 바라보며 수명이의 멋진 산이야기를 듣는다. 좌측부터 우측으로 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보현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보현봉 아래 오늘 걸음의 목적지 형제봉도 보인다. 난 작년 2월~4월간 이 북한산 ..

즐거운산행 2024.09.07

단원의 행로를 따라간 그림

단원의 행로를 따라간 그림 금강산과 영동지역 비경을 그린 화첩, '금강사군첩'이 탄생한 단원 김홍도의 걸음 행로가 궁금하여 '금강사군첩' 권1~권5에 수록된 산수화를 수록 순서대로 추적해본다. 권1 첫그림은 평창 '청심대(淸心臺)'다. 그림을 행로 순서대로 수록한 것이 맞다면 단원이 그린 첫 그림은 '경포대'가 아닌 '청심대'다. 동해시 '능파대(추암 촛대바위)'도 두번 째 그림이 아니고 화첩엔 10번 째로 수록되어 있다. 지난 나의 글이 틀렸다.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나의 상상의 결과. 그런데 화첩 전반(특히 권2)에 수록된 그림 순서들이 합리적이지 않다. 행로 순서대로 수록하지 않은 것 같다. 수록된 순서대로라면 강원도 고성(청간정)에서 남쪽 울진(망양정)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고성으로 올라갔고..

세상이야기 2024.09.06

능파대(凌波臺)

능파대(凌波臺) 비교적 모사하기 쉬운 단원 김홍도의 그림 두 점(월하취생, 영지선녀도)을 그려보았다. '월하취생'은 쏟아지는 달빛 방안에서 붓과 술동이를 옆에 두고 생황을 불고있는 젊은 선비를 그린 그림이다. 달빛이 방안 가득히 번지는 가운데 방바닥에 깔린 담배잎(?) 위에 앉은 선비가 부는, 맑은 음색과 공명 가득한 생황 소리가 정적을 깨는 것 같다. 영지를 허리에 매달고 곡괭이에 꽃바구니를 매단 꽃의 여신을 그린 '영지선녀도'는 도교 색채가 짙은 그림이다. 여신은 여장을 한 남자 신선이라는 설도 있다. 옅은 채색의 이 두 그림은 서민적 냄새가 짙은 단원의 풍속화와 다른 느낌을 준다. 다양한 세계를 넘나든 단원의 그림! 단원이 정조의 명을 받아 금강산과 영동 지역 등 총 75곳을 직접 유람하며 그린 산..

세상이야기 2024.09.04

죽서루

죽서루 2년 전 8월 13일 삼척 죽서루에 갔었다. 올 여름이 다 가기 전 다시 삼척으로 가서 죽서루와 창해 정란 선생의 한평생 산행도반이었던 노새 청풍(靑風)이 이별여행 중 기력이 다해 숨을 거둔 곳, 청려동(靑驢洞)을 찾아 볼 생각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지난 글을 찾아 읽어보고, 단원 김홍도가 정조의 명을 받아 금강산과 영동 지역 등 총 75곳을 직접 유람하며 그린 산수화 화첩 '금강사군첩'에 수록된 죽서루를 그려보는 것으로 그 아쉬운 마음을 대신해본다. 먼저 삼척 청려동에 대해선 '창해 정란'을 쓴 작가는 조선 최고의 산행가 정란 선생이 남긴 그의 산행기록 불후첩(不朽帖 )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의 나이 62세, 30년동안 발걸음을 함께 한 청풍과의..

세상이야기 2024.09.03